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여사 Mar 06. 2023

기초를 구축하는 IB 초등교육

내가 경험한 IB 프로그램

IB 교육을 쉽게 풀이하자면 이렇다.


레고 쌓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기초를 구축하고 그 위에 지식을 쌓아 올린다. 그런데 그 기초를 구축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 과목 하나하나의 지식을 따로 쌓는다기 보다 모든 과목에 연관성을 두고 하나의 틀 위에 지식을 쌓아 올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큰 레코판 위에 집을 짓고 나무를 만들고 차고를 만들어 하나의 큰 저택을 짓는 과정이다.


PYP를 지나 MYP를 끝내고 IBDP로 들어가면 굉장히 깊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데 IBDP의 깊이를 생각하면 PYP 과정은 우리나라의 진도 과정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을 만큼 기초에 집중한다.


PYP의 교과 과정은 모두 그 원리를 배우는데 집중한다. A가 B로 변하는 과정, 혹은 A+B=C가 되는 현상에 대해 결과 값인 C가 주인공이 아닌 A+B가 어떻게 C로 귀결되는지 그 과정을 배우는데 집중한다.


수학을 예를 들어보자.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을 봤을 때 왜 쉬운 문제를 이렇게 어렵게 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암산에 특화되어 있는 "한국인"의 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어떻게 보면 참 무식한 방법으로 수학을 푸는 것을 보며 한동안 역시나 "수학은 한국인이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쉬운 기초적인 문제를 굳이 어렵게 돌려 설명하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을 보면서 도대체 왜 IB를 미래교육이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깊은 뜻을 알게 된 건 첫 아이가 MYP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풀이방식으로 기초를 구축한 아이들이 무서운 속도로 훨씬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서 답을 찾아 나갔다. 계산은 계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싸움이 되지 않는다. 원리를 파악하느냐의 싸움이다.


어떤 Info Day에서 설명하기를 원리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세상에는 하나의 직업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 될 것이고 어느 시점에서든 진로의 방향을 틀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원리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대입을 위한, 문제를 풀기 위한 수학이 아닌, 그 어떤 학문에 대입해서도 활용이 가능한,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쉽다. 누가 이미 만들어 놓은 공식이 아닌 원리만을 가지고 자신이 풀이 방법을 생각해 내는 훈련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푼 문제를 보면 아이큐 테스트 문제 같기고 하고 뇌섹남에 나오는 뭐지 싶은 이상한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바로 Brain Storming, 공식에 대입하는 풀이 방식이 아닌 머리를 키우고 굴리는 방법을 연습시키는 듯하다.


실제로 점수를 내는 방식 또한 다르다. 일례로 수학시험에서 1번 문제가 3점짜리 문제라고 해보자. A학생은 간략한 풀이방식을 생략하고 답을 적어냈다. B학생은 과정풀이에 집중했으나 답에 오류가 있었다. 이 경우 A학생과 B학생의 점수는 동일하거나 B학생의 점수가 너 높은 경우도 있다. 


맞는 답을 쓴다고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며 어떤 공식을 적용해서든 그 풀이 과정이 논리적이고 납득이 간다면 틀린 공식을 적용해 틀린 답을 내놓는다 해도 정답만 달랑 적은 답안지 보다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야기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Problem Solving Skill 이 모든 괴목에 적용된다. 한국에서 수학을 배우고 우리 학교로 넘어온 초등학생 아이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만 들어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논리 같기도 하고 이게 과연 효과적일까 하는 의문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고등교육을 졸업함과 동시에 그간 배웠던 그 수많은 수학 공식을 사용할 일이 없다 (수학 전공자는 제외하자) 대입을 위한 수학을 배우는 것이다. 대입을 하면 제로베이스에서 취업 관문을 위한 공부가 시작되는 우리나라의 지금의 교육이 훨씬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수학 자체의 접근방식이 문제를 풀기 위한 수학이 아닌 원리를 이해하고 내 나름의 방향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는데 그 목적성이 있다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량 입시생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