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가본 적 없는 파리가 그리워졌다
도시를 비추는 나른한 햇살
낡은 건물 외벽을 타고 흐르는
한 시절의 눈물
이윽고 달빛이 물결을 감쌀 때면
가스등처럼 흔들리던 제법 세련된 가로등 안개
그 거리의 어느 끝에선
사랑과 혁명, 사치와 굶주림이 공존했었다
사랑의 끝에선 이별이 있었고
이별은 고뇌를, 고뇌는 분노를
분노는 또 다른 사랑을 낳았을까
아니면 그저 잊혀질 안개에 불과했을까
광주의 어느 한구석에서 나는
가본 적도 없는 센의 도시
파리를 그리워하나
아니면 그저
우리가 흘려보낸
한 시절을 그리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