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울 속에서 엄마를 만나다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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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지친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고,

눈가엔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는데—

그 순간

문득,

거울 속에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어릴 적 내게 밥을 차려주던,

땀 흘리며 빨래를 널던,

그 말 없던 엄마의 얼굴이었다.

나는 분명 내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그 안엔

엄마가 있었다.

입매도,

표정도,

피곤한 눈빛도

그대로 엄마였다.

숨이 잠깐 멎었다.

그리움이 아니라

닮아감이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내 안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엄마는 이제

사진 속에서만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말투와 행동,

내 손길과 생각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는 존재라는 걸.

아이를 부를 때

자꾸만 엄마 말투가 나왔다.

찬밥을 데우며

괜히 반찬 하나 더 얹고 싶어지는 마음도

엄마가 하던 그대로였다.

나는 애써 엄마를 잊지 않아도

이미 닮아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흔적이 아닌 ‘방식’으로 남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거울 속에서 만난 엄마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오늘 하루를 견디게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가 내 안에 있다는 게

고맙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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