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에 매일 오지만 단 한 번도 이름을 말하지 않은 손님이 있다. 나는 그를 그냥 ‘단골 손님’이라고 부른다. 그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다. 벽과 창문이 만나는 코너, 햇빛이 사선으로 스치는 자리다. 아침이면 라떼,
저녁이면 에스프레소. 그 주문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의 말투는 느렸고, 마치 모든 문장을 속으로 한 번 읽고 난 뒤에야 꺼내는 것 같았다. “커피 향이 참… 오래 남아요.” 그는 매번 잔을 들기 전 그 말을 꼭 했다. 그 말이 습관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배운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가끔 그는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페이지 위에는 글자보다 빈 공간이 훨씬 많았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뭘 쓰세요?”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 날에 할 말을… 미리 써 두는 거예요.” 그 대답은 나를 멈춰 세웠다.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하게 다시 수첩을 펼쳤다. 그날 이후, 나는 그가 수첩을 꺼낼 때마다 괜히 숨을 죽였다. 그가 쓰는 문장이 마치 커피 향처럼 내게도 스며드는 것 같았다. 어느 늦은 밤, 마지막 손님이었던 그는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내일은 못 올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다시 올 겁니다.” 그는 잔을 비우지 않고 떠났다. 반쯤 남은 에스프레소, 식어가며 검은 표면에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 후로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의자 위에 작은 봉투가 놓였다. 그 안에는 그의 수첩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언제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나는 그 수첩을 카운터 아래에 넣었다. 그리고 그가 오던 시간마다 그 자리에 커피를 내려 두었다.
혹시라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올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