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소리를 따라

by 황혜림


바람이 잦아든 늦은 밤, 골목 어귀에서 잔잔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현을 누르는 손끝이 조금 서툴렀지만, 그 안엔 이상하게도 사람을 멈춰 세우는 힘이 있었다. 나는 컵을 닦던 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연주가 멈췄다가 다시 시작됐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약간의 침묵이 있었고, 그 침묵마저도 음악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바람과 함께 기타를 멘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 니트에, 기타는 오래된 마호가니 색이었다. “이 시간에… 문 열려 있네요.” 그의 목소리는 기타 소리와 비슷하게 부드럽고 낮았다. 그는 카운터 앞이 아니라 벽난로 옆의 의자에 앉았다. 나는 따뜻한 라떼를 준비하며 물었다. “연주하시던 곡, 직접 만든 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예요. 그래서… 그냥 골목에서만 쳐요.” 그의 손등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었다. 기타줄을 오래 눌러온 흔적이었다. 라떼를 내려놓자 그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이 카페, 밖에서 보면… 불빛이 참 포근해 보여요. 마치 오래전 누군가 기다려주는 집처럼.” 그는 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기타를 꺼냈다. 작은 소리로, 마치 혼잣말하듯 연주를 시작했다. 그 곡은 어느새 카페의 공기를 채웠다. 현이 울릴 때마다 벽에 걸린 시계 진동이 같이 떨리는 것 같았다. 곡이 끝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노래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위해 만든 거예요. 그 사람, 마지막으로 나를 본 게 이 골목이었거든요.” 그 말에 나는 노트를 꺼내 짧게 적었다. “기타 소리는, 사라진 발자국을 불러온다.” 그가 떠날 때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혹시, 다음에 와서 또 쳐도 될까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곳엔, 연주를 기다리는 밤들이 많아요.” 문이 닫히고 나서도 기타 소리는 귀에 맴돌았다. 그날 이후, 가끔 바람이 불면 나는 골목에서 그 소리를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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