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단골 손님의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그가 앉던 코너에 아침 햇빛은 여전히 기울었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이 지났다. 나는 그가 남긴 수첩의 마지막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언제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어쩌면 그 문장은 나에게 남긴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의 삶 어딘가에 중단된 이야기들이 있을 테니까. 그날 저녁, 카페 문을 닫으려던 순간 유리문 너머로 스치는 그림자를 봤다.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 그리고 그가 늘 쓰던 회색 머플러. 나는 무심코 문을 열고 그 뒷모습을 불렀다. “혹시…!”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가까운 골목으로 사라졌다. 불안과 호기심이 섞인 채, 나는 코트를 걸치고 뒤를 쫓았다. 어두운 골목 끝, 역 플랫폼이 보였다. 아직 막차가 떠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그는 기차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익숙한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정말… 떠나는 건가요?” 내 목소리에 그가 천천히 돌아봤다. “언젠가 다시 온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가야 해요.” 차가운 밤공기에 기차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그는 봉투를 내게 건넸다. 안에는 작은 병 하나와, 짧게 적힌 쪽지가 있었다. “마지막 잔은, 당신이 마셔 주세요.” 기차 문이 닫히고, 그의 뒷모습이 멀어졌다. 나는 봉투를 꼭 쥔 채 플랫폼에 홀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