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속 작은 병을 가게 한쪽에 조심스럽게 두었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쪽지를 다시 펼쳐 읽었다. “마지막 잔은, 당신이 마셔 주세요.” 그 말이 무슨 뜻일까. 그날 밤, 나는 카페 불을 다 끄고도 문턱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직 그의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가게 문 앞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회색 리본이 헐겁게 묶인 상자. 풀어보니 안에는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가 들어 있었다. 금빛도, 은빛도 아니고 세월에 빛이 바랜 금속색. 시계 바늘은 밤 11시 50분에 멈춰 있었다. 시계 뒷면에는 짧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돌아오는 시간을 믿어주세요.” 이건… 기차역에서 그가 건넨 회중시계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렸다.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겨울 햇빛 속에서 그녀의 머리칼이 은빛처럼 빛났다. 그녀는 내 앞에 시계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혹시… 이 시계, 당신 가게에 있던 그분 거죠?” 그녀의 목소리는
묘하게도 그와 비슷한 울림이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언젠가 다시 흐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