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10분 전

by 황혜림


열쇠를 쥔 손바닥이 서서히 식어갔다. 차가운 금속이 심장 박동과는 전혀 다른 온도로 나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카페 안은 불이 꺼진 지 오래였다. 커피머신에서 마지막 증기 소리가 가늘게 사라지고, 잔 위에 맺힌 향만이 공기 속을 떠돌았다. 그때, 톡, 톡. 낮게 울리는 소리가 정면 출입문이 아닌, 카페 뒤편 창고 쪽에서 들려왔다. 나는 숨을 고르고 귀를 기울였다. 톡, 톡. 규칙적인 박자. 마치 누군가 시계를 들고 시간을 두드리는 것처럼.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 10분. 뒷문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 나무판이 미세하게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골목의 고요와 부딪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창고 문 앞에 섰을 때,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번졌다. 노란 빛이 아니라, 어딘가 붉고 묘한 색이었다. 그 순간, 문 너머에서 낯익은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가볍지만 분명히 존재감을 남기는 걸음. 손에 쥔 열쇠가 스스로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지금’이 그걸 써야 할 순간이라는 듯이. 그때, 바람이 스쳤다. 찬 공기와 함께 커피 향에 섞인 알 수 없는 타는 냄새. 그리고 그 냄새 뒤에 아주 옅은, 사람의 숨소리가 있었다. 나는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금속이 미끄러웠다. “누구세요?”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단호했다. 문틈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오랜만이네요.” 심장이 두 번 크게 뛰었다. 한 번은 놀라서, 한 번은 그 목소리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바늘은 11시 59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 단 1분.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열쇠를 돌렸다. 딸깍. 문이 열리자 찬 공기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그림자가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제, 무언가가 끝나고 또 다른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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