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남긴 것

by 황혜림


그 여자가 떠난 뒤, 카페는 다시 고요해졌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는 작은 털뭉치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고양이 털. 그 순간, 카페 문 옆에서 낯선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아—옹.” 문을 열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문턱에 앉아 있었다. 하얀 발끝과 회색 등털. 그 눈동자는 시계의 바늘처럼 고요했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빛을 품고 있었다. 고양이는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와 창가 코너, 그가 늘 앉던 자리에 올라갔다. 그리고 의자 위에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작은 열쇠. 녹이 슨, 그러나 누군가 오래 쥐고 있었던 듯 손때가 배어 있는 열쇠였다. 나는 열쇠를 손에 쥐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 창밖에서 기차 경적 같은 소리가 울렸다. 고양이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이제 네 차례”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문쪽으로 걸어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남겨진 건 하얀 털 한 올과, 손 안의 작은 열쇠뿐이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열쇠가 그가 남긴 것 중 가장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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