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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Sep 25. 2021

차례는 없지만 배추전은 있다

부모님을 위한 한 끼 명절 요리

<부모님을 위해 만든 모둠전과 잡채, 명절 밥상>  레시피 하단 참고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된 지 1~2년 정도 됐다. 차례 지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아버지 때문에 어릴 때부터 명절 때마다 큰집에 가서 항상 차례 지내는 것이 익숙했다. 엄마가 고생하는 게 싫어 나도 늘 팔을 걷어붙이고 전 부치기를 도맡아 했다. 전 부치는 게 아니어도 명절 준비에 할 일이 태산이었으니. 물론 해가 지날수록 차례상은 간소화됐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임은 틀림없는 것이라 손이 많이 가든 적게 가든 나에게는 늘 태산처럼 느껴졌다. 


이제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되니 몸은 편해졌다. 그런데 명절 때마다 늘 먹던 배추전은 언제나 아버지가 찾으셨다. 경상도 지역 차례상에 항상 오르는 배추전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명절 음식이다. 이번 추석에는 배추전을 찾지 않으셨지만, 뭔가 명절 분위기도 내고 부모님께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배추전을 포함한 모둠전과 잡채를 만들었다. 마침 대부분의 재료는 집에 있어서, 새로 산 것은 어묵, 맛살, 쪽파 정도였다. 차례상에 올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 재료가 아니어도 되니 최대한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한 것.


추석 당일 전 부치는 기름내를 풍기니 마치 늘 차례를 지내던 그 시간의 기억들이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제법 명절 분위기도 났다. 긴 연휴 간 매일 밥상을 차린 엄마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기도 했고, 배추전을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명절의 추억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전을 부치거나 잡채를 만드는 게 사실 어렵지 않지만 손이 많이 가서 피곤하긴 했는지 두 시간이나 낮잠을 잤다. 그래도 우리 가족의 한 끼를 책임지니 마음은 행복했다.


<모둠전 레시피>

*모둠전 만드는 법

1) 맛살 깻잎전, 두부부침, 호박전은 부침가루를 털어내듯 적게 묻혀내 계란물을 입혀 중약불에서 굽는다. 부침가루에 기본 간이 되어 있어 계란물은 따로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맛살 깻잎전은 크래미 아래에 크래미와 동일한 크기로 어묵을 썰어 받치고, 세로로 반 자른 깻잎으로 말아준다. 두부부침에는 홍고추와 쪽파 데코로 모양을 냈다.


2) 배추전, 고구마전은 부침가루 반죽(물과 부침가루 비율을 1:1 정도 하거나 물을 부침가루보다 조금 덜 넣는다)을 입혀 중불에서 익힌다. 배추전은 반죽을 너무 많이 입히지 않는다. 반죽을 많이 입히면 배추전 특유의 시원한 맛과 배추의 식감이 사라지고 떡진 밀가루 맛이 난다. 고구마전은 처음부터 불을 세게 하면 익기도 전에 탈 수 있으므로 중약불에서 익히다 중불로 바꾼다. 


*잡채 만드는 법은 '집밥 하려고 반반차 쓴 직장인, 집밥이 뭐길래?' 편 레시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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