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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Oct 26. 2021

자취생 집밥 일기

냉장고 털기 밥상 프로젝트

집밥이 취미인 자취하는 직장인은 매일 어떤 밥상을 먹을까.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간 찍어둔 집밥 사진을 모아봤다. 간단하게 만드는 요리부터 냉장고 털이 밥상까지 모두 소개한다. 대부분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 것이다.

<냉장고 털이 '동치미 무침, 파프리카 무침, 참치볶음'>

너무 쉬고 오래된 동치미가 있었다. 버리긴 아깝고 먹기엔 맛이 없어 물로 한 번 씻어내 쉰 맛을 털어내고, 양파를 썰어 넣고 참기름 조금과 매실액, 깨, 고춧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동치미 무침이 금방 완성됐다. 그리고 파프리카, 고추, 당근이 자투리 채소로 남아있었다. 기름을 뺀 참치캔에 파프리카, 고추, 당근을 넣고 케첩을 넣어 볶았다. 간단하지만 내 최애 반찬 중 하나인 참치볶음이 금방 완성됐다. 참치볶음은 쉽고 간단하면서도 밥 비벼먹으면 한 공기는 거뜬한 메뉴다. 마지막으로 파프리카 된장무침. 이건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를 참고했는데, 거기서 단짠 한 맛과 재료만 내 입에 맞게 조금 가감한 정도다. 썰은 파프리카에 된장, 매실액, 참기름을 조금 넣고 무쳤다.


<가끔 출근길에 챙겨가는 '과일 도시락'>

가끔 회사에 아침으로 과일 도시락을 챙겨갈 때가 있다. 잠들기 전 냉장고에 있는 과일을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내 담는다. 과일을 워낙 좋아해 냉장고에 반찬은 없어도 과일은 있을 정도다. 일할 때 아침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확실이 뭐라도 먹어야 뭔가 몸에 에너지가 있어서 머리도 더 잘 돌아가는 것 같고 기운이 난다. 간단하게 챙겨 먹는 아침으로는 바나나, 사과 등을 자주 먹는 편이다. 이날은 토마토와 참외가 있어서 이걸로 아침 과일 도시락을 쌌다. 사내카페에서 파는 간단한 빵류와 음료로 먹을 때도 있지만, 내 입에는 과일이 제일 잘 맞는다.


<아파도 먹고 살아보겠다고, '누룽지에 된장국'>

몸살이 나서 아픈 날이었다. 퇴근하고 와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는데 배가 고팠다. 밥 해 먹기 너무 귀찮았는데 배달음식이 안 당겼다. 이럴 때 누가 밥 차려주면 진짜 좋을텐데, 엄마가 보고싶어 살짝 울컥했다. 아무튼 나는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편하게 시켜먹으면 될 것을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된장국과 누룽지를 끓였다. 이날은 집에 호박이 많아 호박을 잔뜩 넣은 된장국이었다. 여기에 엄마표 부추김치를 곁들였다. 몸이 춥고 피곤하니 뭔가 뜨끈한 국물이 당겼는데, 참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는 하지 못한 채 다시 몸져 누웠지만 그래도 아픈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밥 한그릇에 조금이나마 기운이 났다.


<양파가 너무 많아서 담근 '양파김치'>

원래 양파는 한두 개 정도 사는 편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 망을 샀다. 역시나 자취생에게 한 망은 너무 많다. 막상 사두고 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온갖 요리에 다 넣어도 줄어들지 않는 양파를 보며, 무르기 전에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큼지막한 양파 3개 정도를 꺼내 김치를 담갔다. 양파김치는 만들기도 쉽고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쉬었을 때 개운한 맛이 좋다. 안 쉬었을 때 먹을 거면 담근 날 보다는 그 다음 날부터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담근 첫날은 아무래도 양파 특유의 알싸하고 매운맛이 강해 양념이 덜 어우러진 맛이 난다. 다음날부터는 양념이 스며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치 겉절이 만드는 법과 같은데 젓갈류를 덜 넣는 것이 포인트다. 양파김치는 젓갈을 많이 넣으면 군내가 난다.


<맥주 마시다 남은 먹태로 만든, '먹태 덮밥'>

어느 날 먹태에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어중간하게 남은 먹태가 냉장고에 있었다. 그냥 그대로 먹어도 되는데, 괜히 뭐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먹태와 채소, 물을 조금 넣고 간장과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을 만들어 자작하게 먹태 조림을 만들었다. 밥을 떠서 조림을 위에 올리고, 계란 프라이를 마지막에 올렸다. 일명 먹태 덮밥. 계란은 반숙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보니 완숙이 되어 슬펐던 날.


<우렁이 넘쳐나는 진짜 '우렁 된장국'>

제일 많이 끓이는 국은 단연 된장국. 된장국을 좋아해서 온갖 종류의 된장국은 다 끓여 먹는다. 이날은 집에 시금치가 있어서 시금치 된장국을 만드는데, 마침 마트에서 사둔 우렁이 있어서 넣고 끓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렁 양이 많아서 진짜 우렁 듬뿍 된장국이 완성됐다. 된장국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어도 좋고, 이날은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 같이 먹었는데 그것도 좋았다. 혹시 우렁에서 조금 비린 맛이 날까 싶어서 국물은 쌀뜨물을 베이스로 하고 다진 마늘도 넣었줬다.


<삼겹살만 배달시킨 '고기 밥상'>

집에 채소가 너무 많은 날이었다. 갑자기 삼겹살에 기름에 볶음 김치와 채소, 된장찌개에 쌈채소를 곁들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어플을 켜서 삼겹살 집에서 '고기만' 메뉴를 시켰다. 고기가 올 동안 된장찌개를 끓이고, 채소를 씻어내 쌈채소를 준비했다. 삼겹살이 도착할 타이밍에 맞춰서 버터와 식용유에 가지, 양파, 마늘을 굽고 김치를 볶았다. 배달음식과 집밥의 콜라보로 근사한 한상이 완성됐다.


<냉동고에 잠든 식빵을 꺼내 간단하게 차린 '브런치'>

집에 사과와 양배추가 많았다. 뭔가 간단하게 먹을 게 없나 고민하다가 냉동고에 얼려둔 식빵이 떠올랐다. 식빵 한 조각을 꺼내 버터에 굽고, 계란 프라이를 올렸다. 사과를 썰어 한켠에 담아내고, 사과와 양배추를 잘게 썰어 케첩, 마요네즈, 식초, 꿀을 넣어 버무린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였다. 집에 사과와 양배추가 있다면 추천하는 초간단 샐러드다. 케첩과 마요네즈, 식초, 꿀 모두 조금씩만 넣어야 상큼한 맛이 난다. 빵에 곁들여 먹기 좋다.


<국물 없는 라면이 먹고 싶을 때 '볶음 라면'>

가끔 국물 없는 라면이 당길 때가 있다. 프라이팬에 집에 있는 채소를 넣어서 살짝 볶아둔다. 끓는 물에 2분 정도만 삶은 라면을 재빨리 건져 프라이팬에 넣고, 물도 적당량 넣어준다. 라면수프 조금에다가 진간장, 고추장 조금 그리고 설탕을 넣어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 볶아서 마무리한다. 마지막에 참기름도 한두 방울 넣어주면 괜찮다. 간단하고 맛있는 볶음 라면이 완성된다. 라면과 라볶이, 팟타이 그 중간 어디쯤의 맛인데, 입맛 없을 때 먹기 좋은 메뉴다.


<속이 껄끄러울 때 먹는 밥상, '씻은 김치와 된장국'>

게장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자취생이 담그기엔 손이 너무 많이 가는 메뉴. 마트에 갔을 때 사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꺼냈다. 배가 고파 쌀을 불리지도 않은 채 백미 쾌속 취사로 했더니, 약간 꼬들 거리는 진밥이 완성됐다. 뭔가 속이 껄끄러운 날이어서 개운한 반찬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에 가득한 상추로 된장국을 끓였고, 묵은 김치를 씻어 길게 찢었다. 씻은 김치에 밥을 싸 먹고 시원한 상추 된장국을 한 술 뜨니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게장에 밥을 비벼 먹으니, 퇴근 후 하루의 고단함이 씻겨 내려갔다. 집에 상추가 많다면 상추 된장국은 정말 추천하는 메뉴다.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우린 후 된장을 풀어낸 국물에 상추를 넣고, 상추의 숨이 죽을 정도로 끓이다 불을 끈다. 익힌 상추 특유의 식감과 상추에서 우러나는 씁쓸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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