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짓는하루 Oct 27. 2021

새벽 요가로 마주한 풍경

우리는 모두 각자의 하루로 시작한다

<제주도 새벽 요가 클래스를 마친 후 어느덧 밝아진 하늘>

운동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처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퇴근 무렵이 되면 목과 어깨, 허리가 아프거나 뻐근할 수밖에 없다. 꼭 직업에서 오는 특성이 아니어도 우리의 몸 자체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고, 일상에서의 소소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어디 한구석쯤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몸을 풀어주면, 이러한 통증은 점차 사라지고 일시적인 불편감 정도만 남는다. 그리고 더욱 꾸준히 하면 그 불편감마저 사라진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운동은 빼놓지 않는다. 운동으로 인해 내 몸이 균형을 찾고 근력이 생기며 몸을 지탱해 주는 것을 알기에.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탱해준다. 어떤 날은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쓴 채 퇴근하기도 하고, 뭔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이유 없이 마음이 산만한 날도 있다. 이럴 때 운동에 바짝 집중하고 나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진다. 산만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그래서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나는, 이런 운동이 가진 무한한 매력에 빠져 여행지에서도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요가 클래스를 일정에 넣었다. 새벽 일곱 시 반에 시작하는 일명 '새벽 요가'. 새벽의 서늘한 공기와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즐기는 운동이라니, 게다가 바다를 보면서 하는 야외 클래스라 생각만 해도 황홀했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부지런 떨어야 했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요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이었다.  끝날 무렵엔 본격적으로 제주도의 강한 햇빛이 쏟아져 내리며 땀을 뻘뻘 흘리다 못해 타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요가 좀 해보겠다고 부지런한 척했지만, 나만 새벽부터 움직인 게 아니었다. 이미 모두의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른 새벽, 요가를 하기 위해 마주한 바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정적인 요가와는 달리, 거센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서핑 특유의 액티브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가 눈부시게 느껴졌다. 요가하는 곳 주변 산책로를 따라 반려견과 함께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부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분명 나는 요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른 새벽 바깥에 나왔지만, 나와는 또 다른 새벽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내가 아닌 남들이 시작하는 하루는 어떤지, 무엇을 하는지 바라본 그 찰나의 순간은 요가를 하는 순간만큼이나 무척 의미 있게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꼭 운동이 아니어도 각자의 시간과 패턴으로 움직이는 하루는 무엇이든 아름답고 가치 있는 순간이다. 물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에너지를 한껏 충전할 수 있는 달콤한 늦잠을 자는 그 순간도 값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