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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님의 남편 Aug 06. 2021

#남편이 말귀를 못 알아먹을 때

<기막힌 결혼생활>


언어(言語)란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이자 수단이다. 언어를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음성, 문자, 그리고 행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된 특징 중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언어이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인간은 원래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참조해 보면 그 유명한 바벨탑 사건이 나온다. 바벨탑은 인간의 높고, 높은 욕망을 상징한다. 당시 인간들은 아주 높은 거대한 탑을 쌓아 신(GOD)이 계신 하늘에 도달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인간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든 바벨탑을 단 한방에 부셔 버렸다. 그리고 하나였던 언어조차 여러 개로 나누어 서로 못 알아듣게 만들었다. 게다가 신께서 화가 덜 풀리셨는지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을 각 대륙별로 뿔뿔이 흩어지게 해서 살게 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 사건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언어도 함께 분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이는 많은 부부들의 하소연을 들어 보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같지만, 마치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랑 한 집에 사는 것 같다고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가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은 연애할 때 보다 결혼생활 중인 부부에게서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애할 때 우리는 누구나 사랑의 콩깍지를 뒤집어쓰고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던지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상황이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내가 장담하지만, 결혼 후에도 남편과 아내가 당신의 말을 계속 못 알아듣고 있다면, 당신은 조만간 미쳐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 이 불통의 세상에서 남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말 그대로 비극이다.


Photo by Jan Antonin Kolar on Unsplash


부부에게 소통이 안된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 막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집에서 사용 중인 주방 싱크대 혹은 화장실 변기의 하수도가 막혔다고 상상해 보자. 온갖 오물들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당신은 보기 싫은 더러운 것들만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구역질까지 일으키는 악취는 덤이다. 당신은 분명 이런 상황에 처해진 것이 너무 싫을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신은 막힌 원인을 찾아서 어떤 수단을 쓰든지 반드시 해결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후 당신은 다시 삶의 평안을 얻을 것이다.

 

하물며, 이런 하수도의 막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부부간의 소통이 막혔다면 어떨 것 같은가? 결혼했으니 다들 알겠지만, 마치 천국 같았던 당신의 결혼생활은 아마도 생지옥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부간에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포기했을 수도 있다.

 

대게 부부 싸움의 시작은 대화의 소통이 안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당신은 이 모든 불통의 원인은 상대방에게 있다고 남 탓까지 한다. 이 과정 중에 당신은 손가락질을 덜할 뿐이지 모든 눈빛과 말의 행선지는 상대방을 향해 있다. 아무튼 부부싸움이 길게 끝나던지 짧게 끝나든지 이 부부싸움에서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믿는다. 


이때 당신들의 부부싸움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갑자기 무엇인가 벌떡 일어나 당신들 앞으로 다가온다. 국어사전 속에서 잠자고 있던 ‘의사소통’이란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당신들에게 강하게 항변한다. 자신은 정말 억울하다고. 자신의 역할은 두 사람 사이에 생각이나 감정 등을 교환하는 좋은 수단일 뿐이라고. 이 문제는 오로지 의사소통을 잘못한 두 사람의 문제라고 말이다.


하긴, 이 주장에 대해서 백 번을 넘게 생각해 봐도 역시 맞는 말이다. 원활한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된 이 모든 문제는 좋은 언어를 제대로 사용 못한 사람들에게 있다. 그나마 참 다행인 것은 모든 문제에는 정답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정답을 찾아서 의사소통을 잘하면 될 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면 배낭 하나만 달랑 매고 떠나는 세계여행을 꿈꾸며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난 노랑머리 미국인 여선생님은 언제나 열변을 토하며 학생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쳐 주셨다.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녀는 어설픈 한국어로 "이해했어요?"라고 학생들을 향해 물었다. “네.”하고 대답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나는 그저 살인미소(?)를 담은 표정으로 내 대답을 대신했다.


이런 나를 바라본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선생님의 수업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을까? 문득 지금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선생님은 내 미소에 대해 겉으로 웃고, 속으로는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다.

 

결혼생활 중 부부간의 대화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할 것이고, 아내 또한 남편의 말에 답답할 때가 많을 것이다. 부부들에게 이런 상황이 가볍게 지나가면 좋겠지만, 그 다음 단계인 부부싸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문제는 많은 부부들의 결혼생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여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당신은 그저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알려 주는 대로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Photo by Element5 Digital on Unsplash


당신은 지금 막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신나는 여행 중에 그토록 꿈에 그렸던 이상형의 사람까지 만나게 되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쩐다. 이 사람은 우리 나라의 언어를 단 한마디도 못한다.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설레는 이 감정을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었다. 스마트폰의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어설픈 발음으로 상대방 나라의 언어도 따라 말해 본다.


심지어 당신은 이것 마저도 부족한 것 같아서 온갖 몸짓과 발짓에 여러 가지 표정까지 더하여 대화를 계속 이끌어 간다. 오직 이 순간 그 사람에게 최대한 좋은 호감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이후 여행을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지만, 당신은 그와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당신은 어학원에 등록하고 상대방 나라의 언어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더불어 문화까지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기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느덧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 버린 그 사람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이 배움의 시간은 자신에게 꼭 필요했다.


자, 어떤 가? 당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 당신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는가? 상대방의 언어를 전혀 몰랐지만, 당신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사소통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또한 그 사람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른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도 활용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에는 그 어떤 것도, 어떤 상황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그 사람의 언어와 문화를 잘 배우고, 잘 이해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물며, 당신은 사랑을 막 시작한 연인도 아닌 그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사람이다. 혹시 사랑이 식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을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아내의 언어를 배워라. 부부도 상대방이 쓰는 언어를 제대로 알아야 잘 대답할 수 있다. 오직 의사소통은 상대가 이해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자. 


특히 남편이 당신의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고 해서 답답해하거나, 먼저 화부터 내지 말자. 이것은 남편이 아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담진 뜻을 제대로 모를 때가 많다.


영국 정치인 윌리엄 펜은 “적절하며 가능한 짧게, 그러나 항상 쉽게 말하라. 연설의 목적은 허식이 아니라 이해시키는 것이다.”리고 말했다. 즉, 대화도 연설과 같다. 아내는 남편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남편의 언어를 사용하여 최대한 쉽게 다시 표현해 주어야 한다. 마치 유치원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말이다. 또한 아내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남편이 자신의 언어를 다 이해했다고 속단하고, 자기 관점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남편이 아프다고 말하면 아프다고 이해하고, 남편의 언어에 대한 당신의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참고로, 대부분 남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남자의 특성상 어떤 단어에 복선을 깔지 않는다. 즉, 아무 뜻 없이 단순하다는 말이며, 그가 한 말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는 뜻이다.


끝으로 부부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 가지 더 첨언한다. 당신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제스처나, 자세, 얼굴 표정, 그리고 목소리의 억양 등 비언어적 요소를 잘 활용해 보자. 이런 비언어적 요소가 당신의 말과 함께 잘 쓰이게 되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비언어적 요소가 삿대질이나, 눈에서 레이저 같이 나오게 되는 경우라면 이마저 아주 무서운 흉기로 변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하자.


결혼은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드는 멋진 인생여행이다. 남편은 아내의 언어를, 아내는 남편의 언어를 잘 배워보고, 이해해 보자. 정확한 의사소통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분명히 당신의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이해할 날이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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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 Photo by Icons8 Tea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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