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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는 밭 Mar 27. 2022

싫어하는 사람의 밭에 민트를 심으세요

홍성, 논밭상점

싫어하는 사람의 밭에 민트를 심으세요


시골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하셨다. 민트류는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뿌리가 질겨서 한번 심기 시작하면 그 밭에서는 다른 작물을 기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밭상점에서는 다양한 허브를 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식물을 키운다는 건 먹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점이었고, 평소 요리할 때 허브는 1인 가구로서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허브에 어울리는 요리를 하기에는 요리의 범위가 너무 커졌고, 한번 구매해도 전부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브를 귀하고 어려운 작물로 생각했던 나에게 이곳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처음 애플민트 밭에 들어가던 날에 향기 만으로도 모히또를 마시는 상상이 되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로즈마리를 자를 때는 향기 좋은 정원에 들어간 것 같았고, 고수를 다듬을 때는 쌀국수를 먹는 상상이 되어 즐거웠다. 펜지꽃을 딸 때는 눈이 즐거웠고, 딜로 상큼한 차지키 소스를 만들어 먹을 때는 그리스의 푸른빛 바다마을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허브 밭에서 일하며 코와 눈이 즐거웠고, 귀에 착 감기는 가위질 소리는 경쾌한 리듬을 더해줬다.


나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준 애플민트도 누군가의 밭에서는 뽑아버려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뽑혀야 하는, 뽑아버려야 하는 잡초 같은 존재가 된다. 어디선가 뽑혔던, 거부하고 거부당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곳은 내가 자랄 밭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의 자리가 아니었을 뿐, 나의 밭을 만들어가면 된다. 내가 편안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누군가 나의 밭에 스피아 민트를 심어준다면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밭에는, 아니 적어도 화분이라도, 민트를 선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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