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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는 밭 Mar 27. 2022

당신의 동료는 누구인가요?

홍성, 논밭상점

농장 동료 '누이'


농장에서 지내는 동안 도움을 받고, 의지할 수 있었던 동료가 있었다. 태국에서 온 '누이'였다. 누이는 고수를 좋아하는 '농사 고수'다. 애플민트 1kg쯤은 순식간에 수확하고, 새끼 쥐는 손으로 잡으며 귀여워하고, 농장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고 있다. 블랙핑크와 로꼬 노래를 좋아하고, 노동요로 신나는 태국 노래를 종종 듣곤 했다. 아메리카노보다는 주로 캔커피를 마시며, 저녁마다 태국 요리를 해서 먹는다. 쌀국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한국 라면은 잘 먹고, 쉬는 날에는 주로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잠들기 전에는 가족들과 (가족이 아닌 친구일 수도 있다) 전화통화를 하고, 아침이 되면 가장 먼저 출근한다. 농장 일을 배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밤이 되면 무서운 시골집에서 함께 지낸 덕분에 안심하며 잠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말없이 일만 하던 누이도 나에게 마음이 조금 열렸는지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어설픈 한국어와 영어 단어로 서로의 가족관계나 좋아하는 음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적으로 친근감을 느꼈고, 꽤 친근한 농장 동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동료는 누구일까


그동안 나에게 동료는 함께 일하는 사람, 같이 회사 욕하며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몇 명은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해 회사 밖에서도 종종 만나 서로의 사생활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동료는 '일하는 곳에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함께 9시간을 버텨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회사 밖으로 나온 지금의 나에게 동료는 누구일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에서 함께 9시간을 보낼 수는 있지만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끼니를 걱정하며 동료가 될 수 있다. 묵묵히 일하던 누이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 날부터 우리는 동료가 되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농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요즘 시골 농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농장의 노동력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많이 의존해있는 상황이다. 비 소식에 대비해서 하루 종일 밭에서 일했던 날이 있었다. 꽤 대규모로 밭을 갈고, 씨앗을 심고, 비닐 멀칭을 했다. 거의 10명 정도 되는 태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쓰며 흙투성이가 되어 땅에 엎드려 씨앗을 심고, 비닐을 씌웠다. 비오기 전 날의 농장은 모두 바빠서 일 할 사람을 급하게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하셨다.

다음날 들 농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 날에 함께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과 동료에 대한 생각을 듣게 되었다. 들 농부님이 동료를 '가장 많은 시간 같이 일하고, 같이 밥 먹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던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래 내용은 대화 내용을 기억해내서 간추려 적은 내용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나의 동료라고 생각한다. 한때 나의 동료는 누구일까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 같이 일하고, 같이 밥 먹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보니 (같이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들이 불법 체류자건, 어떤 형태로 와 있든 간에 그들을 동료로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데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동료, 직장동료는 함께 일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동료로 맞이한다는 것은 동료로서 환대한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와 장소를 내어주는 것'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영역과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내어주며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낯선 나를 동료로 맞아 자리를 내어주었던 사람들을, 함께 밥 먹고 맥주 마시며 실없는 농담 주고받았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나를 동료로 환대해주었고, 나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받았던 환대가 돌고 돌아 또 다른 동료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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