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 부산 돼지국밥, 천안 호두과자처럼 터키 역시 각 지역(도시)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어쩌면 한국보다 지역이 넓어서 더 다양하다. 여기서는 아는 범위 내에서 터키의 먹방 지도를 만들어보겠다.
먼저 이스탄불 이전,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유럽 공략의 전초 기지였던 ‘에디르네’는 ‘지에르’라는 간 튀김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간 튀김이란 말에는 항상 도시명이 같이 붙어서 ‘에디르네 지에르’라고 부른다. 이 간 튀김은 양 간을 튀긴 것으로, 오랜 외국 생활에 우리나라 순대의 간이 먹고 싶다면 지에르를 추천한다.
두 번째는 오스만 제국 첫 번째 수도 부르사, 이미 한번 언급한 것처럼 부르사는 ‘이스켄다르 케밥’의 원조 도시다. 하지만 이스켄다르 케밥만큼 유명한 것이 ‘케스타네 쉐케르’라는 밤 조림이다. 부르사는 스키의 도시로 주변에 높은 산이 많아서 밤나무가 넓게 조림된 듯하다.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에서 군밤은 많이 먹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케슈타네 쉐케르’는 찐 밤에 시럽이나 꿀을 넣어 달게 만든 것으로 병조림 형태도 있고, 사탕처럼 개별 포장하여 팔기도 한다.
세 번째는 아시아에서 유럽 쪽으로 가려면 꼭 거쳐가야 하는 도시 ‘코자일리’, 이 코자일리는 터키식 솜사탕 ‘피슈마니예’가 유명하다. 이 피슈마니예는 머리카락보다 고운 가닥으로 되어있고, 우리 솜사탕과는 달리 만지면 쉽게 부서지는 특징이 있어 먹기에 상당히 불편하다.
네 번째는 터키식 소시지 ‘수죽’으로 이 수죽이 유명한 곳은 카이세리와 아프욘이다. 수죽은 조금 냄새가 있고, 향이 있어 보통 한국인들이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터키에서는 피자에서 페페로니로, 메네멘(계란 요리)에 수죽을 올리는 방식으로, 토스트의 내용물로, 그 쓰임이 많은 편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이름마저도 비슷한) ‘만트’다. 만트는 고기로 된 조그만 속을 밀가루 피로 재빠르게 싸서 만드는데, 이 만트의 고장은 카이세리다. 만트는 다양한 크기가 있는데 보통 작은 것이 비싸고, 작은 것은 새끼손톱보다도 작다. 만트는 일반적으로 요구르트와 같이 조리되는데, 너무 작아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섯 번 째는 백종원 씨가 천상의 맛이라고 표현했던 ‘까이막’이다. 까이막은 생크림 비슷하지만, 물소의 젖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 진정한 까이막이다. 이 까이막은 빵이나, 샌드위치, 디저트와 같이 서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카이막이 유명한 도시는 ‘아프욘’이다.
그다음은 터키 중부의 도시 콘야. 이 도시가 유명한 것은 이슬람 신비주의 전통의 메블라나 수피의 활동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지역을 여행할 때면 가끔 보게 되는 신과의 소통을 이루어 몰아의 경지로 인도하는, 계속해서 빙빙 회전하는 종교적 의식인 수피 댄스의 발생지가 이곳 콘야다. 이 콘야는 사탕이 유명한데 이것을 ‘메블라나 쉐케리’라고 한다. 어떤 종교적인 이야기와 연결된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여덟 번째는 흑해 연안의 도시 ‘리제’다. 리제가 터키 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차이’ 때문이다. 터키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인 차는 터키인들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리제의 어린잎 차는 터키에서 최상품으로 통한다.
아홉 번째는 터키의 국민 술 ‘라크’로 라크가 유명한 곳은 트라키아 지방, 해바라기 기름의 산지로도 유명한 테끼리다으’다. 라크는 아니스라는 향신료가 있어서, 독특한 향이 있는 술이다. 포도를 베이스로 하며, 물에 희석하여 마시는데, 물을 넣으면 뿌옇게 변하는 특이한 술로, ‘사자의 젖’이라는 별명도 있다.
열 번째 터키의 쫀득한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아이스크림 아저씨의 줄듯 말 듯 장난으로도 유명한 터키 아이스크림, 아마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름일 것이다. 이 돈두르마가 유명한 도시는 터키에서 ‘카흐르만 마라쉬’라는 곳이다.
열한 번째 터키에서 오스만 시대의 건축물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마치 민속촌 같은 느낌을 주는 산속의 마을 ‘샤프란 볼루’, 샤프란 볼루가 유명한 것은 영화 [라니아 연대기]에서 겨울 마녀가 에드몬드에게 만들어 준 ‘터키쉬 딜라이트’(로쿰)다. 샤프란 볼루는 로쿰 중에서도 샤프란이 들어간 노란색의 샤프란 로쿰이 유명하다.
열두 번째 터키의 유명한 디저트 중 하나인 ‘규네페’가 유명한 도시는, 터키 남부 ‘안타키아’다. 규네페는 바삭한 겉 부분에 중간에는 치즈가 들어가고 전반적으로 시럽을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굉장히 단 디저트 중 하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키 남부 메르신은 ‘탄투니’로 유명하다. 탄투니는 약간의 양념을 넣어 볶은 고기를 약간은 쫀득한 얇은 아랍식 빵에 Wrap 형태로 싸서 주는데, 나의 최애 길거리 음식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