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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3 로베르트 무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2권 158페이지 -97장

by YT Nov 29. 2024

최근 타인과의 대화가 불안하고, 뱉는 말은 조리가 없고 어눌하다. 이런 현상이 생각과 관조의 세계로 넘어오면 더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지독한 장애를 만난다. 자연적인 대화와 사색(그리고 쓰기 역시)에는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인과율과 논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물 흐르는 듯한 대화’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방향성이 획득된다. 

하지만 무엇을 뱉는 순간,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꾸덕꾸덕하게 마른 과거가 다시 살아 퍼덕이고, 그것에 대한 다른 연상이 떠오르고 또, 다른 관계의 기억과 예감을 소환한다. 가늘게 연결된 오만 가지 (잡) 생각이 떠올라 도무지 대화와 생각의 방향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 속 어느 지점에 뭉치고, 마침내 흐름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가슴에 맺힌다. 이렇게 대화와 생각 속에 시간은 멈추고,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철저한 관조 속에서 시간은 뭉쳐 하나가 된다. 이때 멈춘 시간은 대상과 버무려져 물자체를 만들고, 우리는 거기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씩씩거리는 힘을 마주할 뿐이다. 그리고 힘은 관조를 원료로, 나를 태운다. 내면에 가둬진 무정형의 힘은 어느 순간 – 관조의 느슨함과 요소 간 차이 나는 농도로 인하여 – 역삼투압으로 관조의 틈을 비집고 터져 나온다. 월요일 아침 이태원 거리의 질펀하게 토한 자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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