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암이 두려워.
학교에 휴직 신청을 했다.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간단한 서류 몇 장을 작성하고 제출했다. 치료 잘 받고 돌아오라는 교감 선생님 말씀을 뒤로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이제 나는 다음 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함께 했던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도 딱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늘 고학년만 맡다가, 올해 처음으로 3학년을 가르쳤다. 말도 잘 듣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선생님이 몸이 아파서 다음 주부터는 못 오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남은 이틀 동안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조용히 떠나기로 했다.
남은 이틀 중 하루는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준비한 수업은 <용기 모자>라는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이었다. <용기 모자>의 주인공 ‘메이스’는 겁이 많다. 세차게 짖는 개도 무섭고, 날개를 푸드덕 대는 비둘기도 무섭다. 이런 ‘메이스’를 위해 할아버지께서는 신문지를 접어서 용기 모자를 만들어 주신다. 용기모자를 쓴 ‘메이슨’은 이제 더 이상 개도, 비둘기도, 심지어 악어도 두렵지 않다. 용기 모자는 효과가 대단히 좋다.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할 시간이 되었다. 교실 뒤엔 많은 학부모님들이 와주셨다.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에게 두려운 것을 물었다. 벌레, 귀신, 숙제, 그리고 엄마까지..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선생님도 벌레, 귀신, 숙제, 엄마가 무섭다고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을 솔직하게 말하진 못했다.
‘선생님은 암이 두려워. 혹시나 이 자리에 서지 못하게 될까 봐 정말 두려워..’
다음은 용기 모자를 만들 차례였다. 나는 시범을 보여주며 가장 먼저 용기 모자를 완성했다. 아이들도 곧잘 따라 만들었다. 우린 함께 용기 모자를 쓰고, 서로를 격려해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의 모자에 용기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모습이 기특했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진정으로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랐다. 몇몇 아이들은 내 용기 모자에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샘솟았다.
다음 날 하루를 더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교실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을 모두 보낸 뒤, 교실을 정리하고 알림장에 짤막한 한 줄을 남겼다.
‘건강 상의 이유로 제가 잠시 학교를 쉬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다른 선생님께서 우리 반을 맡아주실 겁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한 줄을 더 새겨 넣었다.
‘아이들이 건네어준 용기를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