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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Mar 21. 2023

은퇴한 선배에게 들은 은퇴의 이유

총기를 잃지 않기

같은 회사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던 오래된 선배님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은퇴를 하셨다.

얼굴은 밝은 편이셨다.

반쯤은 장난기로 반쯤은 조심스럽게

“왜 길게 안 가시고 빨리 퇴직을 하셨어요”

물어보니 그 대답 중에 하나 의외의 것이 있었다.


물론 희망퇴직에 의한 위로금 금액이 매년 달라지게 되어 있어서

그 금액을 듣고 결정한 게 가장 큰 부분이었다.

임금피크제로 인해 앞으로 줄어들 수입도 함께 계산기를 두들겼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가 조금 의외였는데

스스로 일하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다

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드니 판단력과 추진력이 느려지고 일하기가 쉽지 않더란다.

한마디로 총기가 떨어지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IT업계에서는 빠른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꾸준한 공부와 얼리어댑팅이 필수이다.

일한 시간이 많을수록 쌓이는 것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남들의 배 이상 필요한 것도 있는 업종이다.


어쩔 수 없는 업계 특수성과 나이 듦을 떠나서

오늘은 총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요즘 들어 자꾸 뭔가 두뇌가 팽팽 돌지 않고,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지 않고,

깜빡깜빡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때의 그 은퇴한 선배의 말이 떠오르면서

불안하면서도 화가 난다.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똘똘하고 젊음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단언컨대 요즘 총기를 잃게 하는 주요 물질적인 원인은

스마트폰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마트폰 OS안에서는 빠르게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UX는 점점 더 발전해서 뭔가에 집중하다가도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답장을 할 수 있고

앱과 앱을 넘나들면서 알림과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속도감 있게 일을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처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총기라고 볼 수도 있다.

반짝하는 순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느냐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빠르게, 다양하게의 관점이 아니라

현재에 가장 필요한 것 우선으로, 실수를 하지 않고, 깜빡하지 않는 것 관점으로 보면

스마트폰의 기능과 UX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신경가소성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하면 그만큼 뇌가 그것에 대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신경은 멀티태스킹에 적합하게 발달된 것 같다.

얇고 퍼진 넓은 신경과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반대로 목표를 이루어내는 꾸준함과 인내심은 잃어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는 너투브의 10여분 되는 영상도 기다리며 보기가 힘들고, 더 짧은 것 없나 찾아보는 것이나

회사 메신저, 메일, 알림 하나도 애써 무시하지 못하고 바짝 긴장하게 되면서 조급해지는 것이 그랬다.


시간이 갈수록 하나의 일을 좀 더 잘하고, 집중하고,

남길 줄 아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멀티태스킹과 집중력 모두 가지게 된다면,

상황에 따라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능력까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에게 총기란 집중력이자 TPO(time, place, occasion)이라고 설정했다.

현재를 살아갈 것,

현재 위치와 상황에서 회피하지 않고,

손에 익은 방법으로 대충 다룰 것이 아니라

최고의 집중력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권태와 나태, 싫증과 성장을 이야기하다가 왠 은퇴얘기냐고?

유한한 삶에서 최후를, 죽음을 생각할 때 더 삶에 생기가 생기는 것처럼

사회생활에서도 은퇴가 최후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사회중년생에게 남은 사회생활은 이제 터닝포인트이다.


커버 이미지(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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