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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Apr 26. 2023

튼튼한 두 집짓기

둘러 쌓여도 살아남는 방법

바둑을 독학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바둑을 배워 보고 싶었던 것은

여러 드라마(?)에서 소재로 나오는 것도 있었지만

어차피 휴직 중에 모바일 게임으로 시간낭비 하지 않고,

대신 실물 게임을 배워 놓으면 늙어서도 취미생활 할 수 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바둑은 흑돌과 백돌이 승부를 보는 게임으로

역사가 굉장히 오래되었고, 우리나라 조상님들도 많이 즐겼다고 한다.


활로, 따내기, 단수 치기, 패, 환격 등 기본적인 입문 단계를 지나는 동안에는

수를 세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숫자 놀음인가 싶다가도

한번씩 두면서 상황 파악을 하고 공격도 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수도 읽어야 하는 심리 게임이기도 하고

마음이 급한 사회인이 19x19개의 돌을 두기에는 참을성도 길러주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게 바둑이다.


요즘에는 앱도 너무 잘되어 있어서

수준별로 문제풀이나 AI와 대결, 급수 상승 등의 재미로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바둑판이 정방형으로 생긴 것은

우리네 인생처럼

내가 어디에 돌을 두던 그 주위에 위험 요소가 둘러싸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고

내가 주도해 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포위되어 있는 경우도 생기고

미래를 위해 포석을 두어 두면 어느 순간 내가 가는 길 앞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내가 배운 것을 아는 척하며

8살 딸아이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재미도 있다.

활로라는 말이 어려워 숨통이라고 얘기해 주고,

둘러싸인 바둑돌은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니

마치 본인이 바둑돌인 듯이 숨을 몰아쉬는 아이를 보면 참 귀엽기도 하다.


나도 입문 단계(흑돌)이다 보니 처음에 바둑을 정의할 때는

집을 짓는 것이다라고 하다가

그다음은 집을 많이 짓는 것이다 하다가

그다음은 튼튼한 두 집을 짓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바둑을 하는 분들은 가소롭다 하겠지만

튼튼한 두 집은 상호보완하여 아무리 백돌이 완벽히 포위했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이다.

입문 단계에서는 백돌이 튼튼한 두 집을 못 짓게 견제하고

내가 튼튼한 두 집을 지어가며 집을 늘려가는 게 묘미이다.


인생에 비유한대로

튼튼한 두 집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나를 지탱하는 두 집은 어떤 게 있을까?

지금의 내 가정과 태어나고 길러주신 친가의 두 집이 있을 수 있다.

뒤돌아보면 가장 어렵거나 위태로울 때 그 두 집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을 때 두렵지 않았다.


마흔 넘어 느끼는 권태와 위기, 몰입과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쓰는 만큼

심리적인 두 집, 경제적인 두 집, 내가 가진 뚜렷한 장점 두 개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만들어 두면

어느 어려움도 이겨내고 결국 인생이라는 바둑 한판을 흑돌의 집들로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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