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다양한 공부법 중 하나일 뿐이니...
독서는 좋은 공부법이지만 유일한 공부법은 아니다. 독서를 별로 많이 하지 않았으나 명문 대학을 합격한 사례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독서만이 좋은 대학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꾸준히 다독했다는 아이들이 최고의 명문대학을 합격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을 뿐만 아니라 독서만의 특별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생들이 지능이 최고수준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명문대를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지능 외에 다독, 성실성, 성취욕, 꾸준함, 꿈, 정보력, 입시제도의 유,불리 등 다양한 요소의 총합이다. 어떤 아이는 한두 가지 요소가 특별히 강해서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능이 아주 뛰어나 공부량이 많지 않아도 가장 어렵다는 수,과학을 잘한 덕분에 최고의 대학을 갈 수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독서를 무척 많이 해서 두뇌가 골고루 발전한 덕분에 학교 공부가 수월해져서 점점 더 공부를 쉽게 잘할 수도 있다. 또한, 승부욕을 타고난 아이들은 남에게 지고 싶지 않거나 이기고 싶은 마음에 어려운 공부 과정을 잘 이겨내고 좋은 대학에 도전해서 목표를 달성한다. 성실성도 성적을 꾸준히 올리는 좋은 능력이다. 머리가 좋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지만, 학교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교사와 부모의 칭찬을 꾸준히 받는 아이들도 좋은 대입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자신감 게임이다. 대학 입시의 성공을 안겨 주는 요인은 어느 한 가지에 고정되지 않는다.
수시 전형의 경우는 실력은 물론 정보력이 매우 중요하다. 내 아이에게 맞는 정보를 잘 찾아내기 위해서는 부모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서 입시 전략을 잘 짜야한다. 부모에게 그런 시간이 없다면 내 아이에게 맞는 정보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에게 정보를 얻어야 한다. 수많은 교육 컨설팅은 사교육계가 단연 체계적으로 잘 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대학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 상황이고 아이들의 성향과 잠재력과 현재 실력을 모두 평가하고 아이의 적성에 맞춰서 학교과 학교를 선택하고 필요한 요구사항을 알고 공부하는 아이와 모르고 공부하는 아이 사이의 입시 결과는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런 의미에서 수시제도는 공평성이 정시보다 낮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독서가 최고의 독서법인 이유
독서가 좋은 대학을 가는데 가장 좋은 공부법인 이유가 있다. 첫째, 독서는 가장 저렴한 공부법이다. 많은 책을 사는 데 돈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매월 사교육비에 비하면 책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 않다. 또, 학교 도서관이나 마을 공공 도서관을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독서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 공부법이기도 하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20여년의 교육기간은 지나고 보니 한순간처럼 짧게 지나가 버린다. 대학 입학까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마무리 될 것 같지만, 50이 넘는 순간 더 중요하고 가파른 인생의 하반부가 눈앞에 펼쳐진다. 운없으면 120살을 살 수도 있다는 긴긴 노후엔 소득 없이 지내야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아이교육이 끝난 부모들의 관심은 교육에서 갑작스레 금전적인 걱정과 건강 걱정으로 넘어간다. 아이 교육기를 정신 없이 보내고 난 부모들은 아이 교육 기간이야 말로 자신들의 노후를 차분히 준비했어야 하는 절호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부모가 버는 돈의 모두를 아이 교육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절대 좋은 부분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돈을 아이 교육이라는 한 바구니에만 담지 말았어야 한다고 뒤늦게 후회한다. 아이들의 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그 기간 동안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상관없이 부부의 노후 준비를 아이들 교육비처럼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공부법인 독서로 일찍이 자리를 잡은 것은 우리 부부의 노후 준비에도 물고를 틀 수 있는 틀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 학원 등록으로 씀씀이가 턱없이 커지기 전에 노후 연금과 저축의 중요성을 생각해 두었었다. 책을 사는 비용은 학원비보다 저렴했다. 또, 큰 아이가 읽은 책을 작은 아이가 물려받았다. 그것도 쓰고 싶지 않다면 세상에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곳도 무척 많아졌다. 만일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 주부였다면, 아이 교육의 주 책임자로서 마을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더 체계적으로 이용했을 것이다.
둘째, 아이가 독서를 통해 공부하면 사교육을 많이 이용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독서로 공부한다는 것은 다독을 말하는 것이다. 독서가 어려서부터 취미라는 말은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취미란 무엇인가?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즐기는 차원의 것이다. 따라서 독서를 하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독서로 하루의 피곤을 씻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른 활동을 할 때 비교적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 학원 수업 시간, 학원 숙제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많은 편이다. 독서로 쉬는 시간처럼 읽어낸 독서에서 얻은 지식은 학원에서 강사에게 배운 지식보다 더 넓고 깊이가 있고 재미가 있다. 단, 학원에서 배운 지식은 다가오는 시험범위에 더 밀착된 공부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험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꾸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여 학원을 연장하다보면 당연히 독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독서는 시작은 미약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지식의 종합이 커져서 저절로 실력이 자라난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험 성과에 조금만 덜 민감할 수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여유로운데 적은 양의 공부로도 결과는 바쁘게 사교육을 이용한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들의 초중고 교육기간이 공부만을 위한 기간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어린지절을 떠올리면 매일 공부와 시험만 생각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독서는 갈수록 재미와 여유를 많이 만들어 주는 반면, 학원으로 계속 이어지는 학습은 시간이 갈수록 촉박하고 여유가 없다. 따라서 잘 지치고 우울해지기 쉽다.
셋째, 다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학원비를 학원이 많은 곳에서 아이들이 자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약한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 성적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있다면 감수하면 어떤가 라는 생각도 했다. 차라리 아이들이 금세 커버리기 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를 조금씩 실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늘 여유는 없긴 했지만, 따로 가족 여행을 위한 주머니는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두 아이의 영어학원비용을 1년간 저축한다면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자금이 되었다. 나이들어 여행을 많이 한다는 것은 건강상 금전상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젊었을 때,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있고 싶어할 때 많은 추억을 쌓자고 생각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가고 싶었던 나라를 가서 볼 수 있었다. 결코 학원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선물과 같았다.
넷째, 독서는 사춘기의 반항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작가들이 좋은 주제나 이야기를 접하기 때문에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관점에 대해 이해심이 높아지고, 자신에 대한 관찰할 시간도 갖는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책에 보았던 내용을 도움을 받아 감정적인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학원을 많이 다니는 아이가 독서를 많이 한 아이보다 무조건 도덕적이라거나 더 이성적이라는 사람간의 비교를 할 수는 없다. 단, 동일한 사람이 다독을 하기 전보다는 다독을 했을 때 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니 개인의 정신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에 훨씬 호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는 방식으로 지식과 지혜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물론 부모나 타인이 의무로 읽으라고 하는 독서는 가능하기는 하지만 취미가 되지는 않으며, 따라서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힘들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부모나 주변인에게 반항적인 것은 아이가 타고난 생각의 방식이 의무적으로 주어진 방향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여유가 없고 어딜 가나 경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짜증과 분노가 일어난다. 매일 1부에서 학교 수업을 받고 왔는데, 2부에서 학원을 다니려니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또, 사춘기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성장하느라 몸이 피곤하고 잠이 많이 오는 시기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거슬러서 종일 공부에 시달리다보니 짜증이 늘 마음에 가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요구하는 부모의 말투에 자기도 모르게 화를 버럭 내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와 다툼에서 오가는 말로 상처를 받는 부모도 많은데, 이것은 상황이 만드는 다툼이기 때문이다. 아이 자체를 비난하기보다 상황을 개선해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즉, 지금 하고 있는 학원의 양을 당분간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신체적으로 편해지기만 해도 짜증의 횟수와 강도는 줄어든다. 또,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배려해야 피로가 줄어든다. 그리고 나서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 대신 “네 생각은 어떠니?”라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반면 독서는 작가들이 인생 이야기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스스로 습득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갈등의 상황을 미리 예방하고 대비하는 방식을 선물한다. 인간관계와 세상의 이모저모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도 알려준다. 따라서 학원에서 시험 범위에 속하는 이론을 배우고 문제를 다량으로 푸는 일에서는 인간과계와 인생에 대한 지혜는 그리 많지 않다.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책에서 만나는 많은 사건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을 키울 수 있다.
삶은 아이들이 대학을 합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복잡하고 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는 환경으로 들어가는 입문이다. 입시가 끝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지금까지 따뜻한 부모 자식 사이를 가졌던 것이 습관이 되어 이후에도 비슷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독서를 한 아이는 독서의 내용을 통해서도 성숙한 사고를 연습했으며, 독서는 바쁘게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사춘기의 예민한 신경을 건들지 않고 비교적 평안하게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섯째, 독서는 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살려준다. 무슨 일이든 내가 선택해야 열정이 생긴다. 남이 읽으라고 한 책보다는 내가 찾아서 읽는 책이 더 읽고 싶고 재밌다. 그래서 사람마다 읽은 책이 달라서 가진 전문적인 지식의 영역도 다르다. 모두 똑같은 시험 범위내의 교과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행위도 지식의 깊이와 영역을 넓혀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독서만큼 지평이 넓지 못하다. 독서는 다가오는 시험에 나오지 않는 교양과 상식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것이 오랜 시간 쌓인다면 얼마나 방대한가.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 중에 대화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금방 눈에 띈다. 구사하는 어휘도 세밀하고 정확하다. 또, 아이디어와 지식도 풍성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이 많고 무엇보다 대화가 재밌어 진다. 독서는 뇌의 전 영역을 골고루 발전시켜 타고난 지능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영역에 대한 풍얼을 읊게도 해주고 때론 어느 영역에 전문성을 띄워주기도 한다. 책 속 등장인물의 상황과 생각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공감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다.
영재들의 독서 권리를 빼앗은 영재교육
나는 우리나라 영재들의 삶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영재고, 과고, 전국 자사고 등의 특목고를 합격하기 위해 학원에서 오랜 시간동안 기출 문제 유형에 익숙해져야 하는 삶을 필요로 한다. 대체로 수학 과학 심화 문제를 풀어야 입학의 조건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들을 자유롭게 탐구해나갈 수 있도록 호기심을 열어두는 교육이길 무척 바랐지만, 문제 풀이 경쟁으로 우열을 나누고 성적이 좋아야만 합격되니 호기심을 뒤로하고 입시에 매달리게 된다. 똘똘한 아이들이니 문제를 잘 푸니까 공부 과정이 쉽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경쟁은 더 가열차다. 더구나 영재로 판정받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이른 나이부터 시작되면서 노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부터 경쟁할 태세부터 배우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주변의 영재들은 대견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가진 창의성의 싹이 키워지기는커녕 잘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독서가 가족, 사회, 학교에 깊숙이 파고든 유대인들의 독서와 하브루타 문화가 무척 부러웠다. 독서와 토론이 일상이 된 유대인들이 모든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경쟁을 모티브로 삼지 않기 때문에 개성이 있고, 깊이와 다양성이 있고, 주도적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타인의 점수에 따라 나의 행복과 인생을 맡기는 허무한 행동을 지속하지는 않을 텐데. 지난 20여년간 나는 늘 이런 환경에 속이 상했다.
학원에서 늦은 시간까지 문제 풀이를 시키기 보다는 수과학적인 호기심을 채워주는 활동이 주어져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영재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활용이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많아도 노벨상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빈약한 이유를 영재 교육 시스템을 보면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재들에게서 독서의 권리를 빼앗은 현실이 하루 빨리 바뀌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