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중고생, 독서할 시간이 있나?

학교는 말로만 독서를 권장할 뿐

by 말과맘




상당히 어렵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도 중, 고등생이 되면 시험도 많고 공부량도 불어나 추가 활동이 어렵다. 그러니 아이 독서는 어릴 때 취미화 하자는 취지다. 독서를 잘해오던 아이조차도 중,고등생이 되면 독서를 손에서 놓다시피 하게 된다. 아무리 온 세상이 추천하는 독서도 학교에서 교과 과정으로 독서를 포용하지 못하면 실제로 아이가 개인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시간도 줄고 SNS로 연락하면서 인스타나 유튜브,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다 보면 잠을 줄여야 할 지경이다. 하루가 48시간으로 늘어난다 해도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내용이 늘지, 독서 시간이 생길까 의문이다. 학교 시험 성적에 신경을 쓰는 아이들의 하루는 잠자고 먹을 시간 외에는 공부에 매달려 있다.


수년 전부터 학교에서도 독서를 강조해야겠다는 의식이 있었는지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독서를 기록하도록 변경되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독서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아도 바쁜 아이들인데 학교, 학원 수업과 각각의 숙제를 하는 사이 사이에 독서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책을 선정하고 독후감을 쓰도록 되와주는 사교육 기관이 생겨났다. 어떤 책을 기록하는 게 입시에 유리한지 컨설팅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독서하는 데 성공적이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그 제도를 통해 아이들이 독서를 더 하게 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진정 독서가 아이들 인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독서를 학교교육 커리큘럼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읽을 시간과 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실제 효과가 있는 것 아닐까. 독서를 장려하지 않는 사회, 독서하지 않는 부모가 독서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성인과 아이 최저의 독서량을 보인다.




공부로 바쁜 아이의 일상에 독서를 끼워 넣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와 대화를 통해 하기 싫은 일과 바꾸어 보자. 예를 들어, 아이가 과학 학원을 가기 싫어 몸이 배배 꼬일 지경이라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과학 학원을 그만두게 하면서 부모의 걱정을 솔직히 아이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네가 일주일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 뭐야?"

"영어 학원요."

"그래 그럼 영어 학원을 일단 쉬어 볼까? 그런데 그만두면 너도 엄마도 네 영어 공부가 걱정되잖아. 학원 대신 책읽기 하는 학원을 다녀보는 건 어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갑자기 혼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게 쉽지 않을 거잖아...."

"네. 그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자기 주도 학습의 습관이 들지 않았거나, 공부하려는 의지가 약한 상태에서 다니던 학원마저 그만두면 몸은 편한 상태에 금세 익숙해지고 시험에 대한 불안은 커질 것이다. 책읽기 학원도 싫다고 한다면 집에서 영어 독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정말 영어책 읽기가 학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경우, 무슨 요일에 얼마만큼을 어떤 책을 위주로 읽을 것인지, 그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는 다시 다른 학원이라도 다녀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식이다. 그러면 정말로 가기 싫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해방감을 누리면서, 책임감 있게 정한 약속을 해내려는 결심도 생길 수 있다. 고등학생이 원서를 읽기 시작하는 일은 현실성이 없고, 주로 고등학교를 준비하는 중학생이 실천할만한 계획이다.




갈수록 대학 입시가 복잡해져 부모의 아이 교육 걱정은 심해지고 있다. 복잡한 제도의 핵심을 아이들이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제도가 점점 더 꼬이고 복잡해지니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또렷이 펼칠 수도 없다. 자신의 호기심과 욕구를 펼칠 자유도 적고, 이미 결정된 계획에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생활에 아이들은 싫증을 느끼고 공부에서 멀어진다. 자신의 욕구를 따라 살지 못하다보니 삶의 의지가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져서 자신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우울감 또는 우울증을 앓는 중, 고등학생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내가 지도하는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부모로부터 의사결정을 독립하는 것이다. "엄마한테 물어볼게요."라는 대답대신 "ㅇㅇㅇ로 할래요."를 연습시킨다. 걱정이 앞선 부모가 개입하여 알아서 길을 닦아주려고 매일 노력하다보니 아이는 의사결정을 하려는 자세가 없어진 경우가 많다. 외부인인 나의 도움을 활용하여 자기 결정권을 얻어내는 일이 대학 입시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으로 나는 영어를 지도하는 일이 주요 임무이기 때문에 아이의 독서 취향을 고려하여 아이가 읽고 싶은 원서를 선정하게 한다. 고등에는 스스로 독서를 끼어 넣을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원서를 읽기만 한다면 문제 풀이보다 확실히 언어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숙제로 책을 읽어오도록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시험이 끝난 후나 수업 전에 책을 읽도록 의무화한다. 영어 듣기 평가에서 틀리는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반드시 CD를 통해 들으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고 의견을 물어주고 아이의 결정에 따라 행동을 해나갈 때 의욕을 되찾게 된다. 자신의 심장에 귀를 기울이고 부모의 결정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중,고생들의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가장 처음 단계다.


원서로 읽은 책의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 책의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아이 개인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아이의 우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 욕구를 끌어낼 수 있다. 코로나로 집에서 감시와 실강이를 많이 하다보니 요즘 아이들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나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이 우울감의 정도에 따라 나와의 대화로 반전을 이뤄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좌절감이나 우울감이 있을 때에는 심리상담을 권유하기도 한다. 그보다 더 심한 무기력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신경정신과 상담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부모도 방법을 몰라 쩔쩔매다가 아이가 정말 우울해서 힘들다는 것에 동의하면 욕심을 내려 놓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아이들을 영어를 매체로 만났지만,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얻은 감각과 심리 상담 기법을 동원하여 대화하다 보면 아이들의 멍한 눈빛이 차츰 총명함을 되찾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집이 다 갖춰진 가정에 태어난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처럼 어느 것에 절박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이 세상이 힘든 줄 모른다."고 답답해 하시는 부모가 많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타고난 시대 배경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식민지배 시대나 전쟁 시기에 태어나지 않아서 그 때의 절박함을 모르고 '철없이' 자란 것과 다를 바 없다. 요즘 아이들은 대화를 하다보면 무척 순박하다. 남의 것에 대한 권리를 꼭 지키려 하거나,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취하려 하지 않는 도덕감, 남과 비교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면에서 우리 세대보다 더 철저한 성향을 가진다. 그들의 순수함에 나는 늘 내 마음을 활짝 열게 된다. 아이들의 욕구를 끌어낼 수 있는 방향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뭐냐?"라든가 "뭘 할 때 기분이 좋아?"라는 식의 욕구를 묻고 그 대답에 따라 활동을 정해가는 것이다. 아이의 자율권을 인정하며 정하는 일들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와 마음을 터놓고 긍정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원을 놀려고 오는 아이는 없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기만 하면 아이들은 군소리 없이 원서 읽기를 따라준다. 하지만 아무리 독서가 실력 향상에는 좋다고 하더라도, 우선 눈앞에 닥친 시험공부를 불이나케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직후라든가 방학이 되어야 그나마 조금 더 독서를 하게 한다. 또는 아이의 상황에 도움이 되는 진로 독서나 권장 도서 읽기를 권유하기도 한다. 생각이 또렷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책 한두권에서도 자신만의 결심을 해내는 일이 가능한 것이 이 시기의 독서다. 독서가 입시의 80%라는 나의 명제는 고등학생을 만나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80% 이상의 힘을 임박한 시험따기에 초집중하게 된다. 독서는 짧은 시간에 점수를 높이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쁜 중, 고등학교 때에도 독서를 틈틈이 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어려서부터 독서가 취미였던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쉬고 싶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음악을 듣듯이, 책을 펼쳐든다. 독서를 습관으로 하지 않던 아이가 중, 고등학생이 되더니 갑자기 독서를 시작한다는 말은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이는 엄청난 성장을 할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픈 마음이 들었고, 책에서 아이의 의욕을 불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이 때부터 독서의 길을 열어준다면, 당분간 아주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격려해주면 좋을 일이다.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자신이 느껴서 하는 공부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집중력을 극도로 높여준다.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서도 독서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류는 있다. 바로 학교 성적의 사다리에서 50%이하 중하위에 속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진짜 재미없는 공부를 하고 있으나 성과가 나지 않는 아이들이라 안스럽다. 포기나 비난 대신 인정받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견디는 아이들에게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는 식의 대화를 해야 아이들이 주눅들지 않고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시험 점수의 차이를 짧은 시간에 극복하여 중상위로 올라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생은 상위권이 더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수, 삼수를 통해서 점수를 높일 수는 있지만 말이다. 차라리 부모도 아이도 '이번 생은 공부로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내려놓고 쿨하게 인생에 도움이 될 영화나 독서,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이때는 다독이나 다양한 독서를 원칙으로 내세울 필요도 없다. 학교라는 체제 안에서 칭찬도 집중도 받아본 적 없고 집에서도 신뢰받지 못해 자존심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이들에게 공부의 무게를 내려주고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한 두 권의 책을 교사나 부모가 권장하면서 공부보다 더 나은 길도 있다고 힘주어 말을 해주어야 한다. 부모의 포기하는 말투와 내려 놓는 말투는 아이에겐 하늘과 땅 만큼의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공부를 내려 놓고 아이를 존중하기로 한 부모의 말에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강력한 힘이 생긴다. 공부를 하지 말자고 제안을 하면 공부를 하고 싶다고 답변하는 경험을 많이 해왔다. 자신감 없이 학교 공부 들러리를 서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인생을 펼칠 수 있게 할 것이다.


학교와 사회가 진정으로 아이들의 독서를 권유하는 환경을 갖춰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반 이상 자고 있는 고등학교 교실을 차라리 책을 읽을 사람은 책을 읽도록 펼쳐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독서를 배제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스펙이 되어버린 독서 기록으로는 독서의 원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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