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자신감 게임이다

자신감 빼앗고 잘하라 한다

by 말과맘

"쌤, 저는요, 초등학교 때는 왕따를 당했고요. 중학교 때까지 선생님중에서 제 이름을 기억하신 분이이 없어요. 자신감도 없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요. 아빠는 화를 자주 내시고 이렇게 공부할 바엔 차라리 공장에 취직이나 하래요. 인터넷에서 공장 취직하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고1 선영이와의 첫 만남에서 들은 이야기다. 잔뜩 주눅 든 선영이가 생각난다. 키는 컸고 목소리는 작았다.

"애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사차원에 살아요. 인서울은 커녕 수도권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정말 걱정입니다."

"아버님, 저는 선영이를 가르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요?"

"아버님처럼 아이를 꾸중하시면 공부를 잘할 수 없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아버님이 공부가 안 되는 상황을 만드시고 좋은 결과를 바라시는데 제가 무슨 힘으로......"

"아,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앞으로 선영이 공부에 대해 꾸중하는 습관을 끊으시겠다고 약속하실 수 있으신가요? 약속하시면 선영이 지도해 볼게요. 한 번이라도 꾸중하시면 전 그날로 그만할 겁니다. 약속하시나요?"

"아, 예. 약속하겠습니다."

"꾸중 대신 칭찬을 좀 해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아... 제가 칭찬은 잘 안 해봐서 될까 모르겠네요.“

“칭찬 거리는 제가 따로 아버님께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오글거리지 않는 팩트를 중심으로요. 칭찬하시는 일은 아버님 숙제니까, 선영이가 숙제를 하듯이 꼭 하셔야 합니다. 아버님이 숙제를 하셨는지는 제가 선영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네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서운 아빠, 잔소리 하는 엄마는 아이 공부의 적이다. 아이의 학습과 관련된 문제는 주양육자와의 상담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정서와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 공부가 하기 싫을 수도 있고, 공부 방법에 대한 방향을 잘못 잡은 경우 두 갈래로 나뉜다. 주양육자인 엄마와 상담을 해서 환경을 개선을 해도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지 않으면 아빠와 상담했다.


주눅든 선영이의 말을 무조건 경청했다. 자신감이 없는 말투로 말을 하니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추임새를 넣으며 재밌게 대화했다. 선영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강아지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웃음을 잘 지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일부러 강아지 ‘초롱이’의 안부를 물었다. 선영이는 신이나서 초롱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롱이의 사진과 동영상도 보였주었다. 때론 초롱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선영이와 부쩍 가까워졌다. 선영이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몇 차례 수업을 하면서 선영이의 장점이 보였다. 수업에 지각하는 법이 없었다. 항상 수업 전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숙제도 빠짐없이 했다. 꾸중만 듣던 부모에게서 갑작스럽게 칭찬을 한 번이라도 들으면 아이들은 놀라지만 무척 기뻐한다. 과장되지 않은 인정이 계속되면 관계가 편해진다. 열등감을 벗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관계가 나쁜 것 같지만, 반대로 관계가 나빠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느 날 선영이 아빠에게 칭찬하실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선영아, 영어 선생님이 그러시던데, 니가 수업에 항상 일찍온다데? 그라고 지금까지 숙제를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카더라. 선생님이 선영이 엄청시리 성실하다고 내한테 칭찬하시데!“

"넵 선생님. 숙제했습니다. 보내 주신대로 칭찬했습니다.“

선영이 아빠의 답문이 왔다. 다음 수업에서 선영이에게 물었다.

"요즘도 아빠가 꾸중하셔?

"쌤, 근데, 이상해요. 요즘 아빠가 꾸중을 안 해요. 제가 아빠한테 심지어 칭찬도 받았어요. 흐흐."

"와, 정말? 기분 좋았겠다. 선영이야 칭찬할 게 많지."


아빠의 꾸중이 중단된 후 선영이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서서히 가셨다. 아빠의 칭찬 숙제가 몇 차례 이어지면서 선영이의 표정은 밝아졌다. 아이들과의 만남 초반에 나는 그들의 장점을 찾는다. 장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단점을 없애는 일보다 장점을 키우는 일이 훨씬 쉽다. 아이가 잘한 것을 잘했다고 부모가 말하는 일과 그간 지속되는 꾸중이 중단되는 일로 인해 아이의 말투와 표정에 편안함과 자신감이 나타난다.


수업 때마다 아이와 나눈 대화의 개요를 기록한다. 내가 엄마라면 이 아이를 어떻게 코칭할지를 메모한다. 아이의 장점을 부각시켜 마음이 안정되면, 다음으로 아이의 꿈에 대한 대화로 넘어간다. 하고 싶은 일과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가닥이 잡힌다. 시켜서 하는 재미 없는 공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방어적으로 해줘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로 전환하여 학창시절도 충분히 즐거운 과정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입시 정보가 없거나 아이들과 갈등이 깊어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과 많은 상담 봉사를 했다. 그러나 수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영어 교사의 역할을 했다. 쉬는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했는데, 실은 그 시간이 나는 수업 시간보다 늘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야할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면 아이들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시켜서 하는 공부에서는 생략된 과정이다. 물어야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는 인생을 아이들보다 더 오래 살았고, 엄마이기도 하고, 입시제도를 계속 탐구하는 학원 강사이기 때문에 아이가 가졌으면 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질문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처음으로 들여다 보곤 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을 아이들은 진짜 대화라고 생각한다.


갈등이 깊은 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상담을 요청한 한 엄마에게 나는 물었다.


“어머니는 아드님과 대화를 많이 하시는 편이신가요?”

“네. 저는 아들과 대화를 꽤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들과 상담을 했다.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아뇨. 전혀요.”

“어머니가 말씀을 잘 하시는 스타일이시던데....?”

“엄마 하고 싶은 말을 하시는 거지. 저의 의견을 묻지 않아요. 이미 답을 정해두고 하는 대화라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구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의 공부환경을 냉정히 돌아보자. 결정은 엄마나 아빠가 하고 아이들은 그 계획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얼마나 지겨울 수 있는지. 아니 내 마음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하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일인지..... 공부도 그럴 수 있는 영역인데 우리는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가 지겹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대화나 생각을 해본적 없이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부터 선영이와 다가오는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1년에 4차례 치르는 시험과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시험을 치르지 않는 시간은 숙제나 수행평가와의 전투를 할 따름이다. 선여이와 고1 2학기 중간고사에 대한 과목별 목표 점수를 같이 잡았다. 그리고 시험시기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해야 오늘 정한 목표가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를 토의했다. 백지에 과목별 시험범위를 적고, 할 일과 여가 시간을 그렸다. 나는 계속 질문을 했고, 아이는 답변을 종이에 적었다. 주 단위, 일단위, 시간 단위까지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다음 수업까지 아이는 계획에 맞춰 열심히 실행했다.


다음 수업에서 아이에게 새로운 문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수업마다 시작하기에 앞서 진행 정도를 점검하고 계획을 수정하길 계속한다. 자신의 의지로 정한 목표에 맞춰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는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끊임 없이 물었다. 실은 부모와 아이의 대화도 이렇게 흐르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는 대화법은 익숙하지가 않다. 특히 수업이 아닌 내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훨씬 더 줄어든다는 것을 느낀다. 더 조급해지는 특성도 있다. 화도 빨리 난다. 부모는 매일 열심히 배워야 아주 조금씩 성숙해지는 아주 힘든 직업이다.

"선영이 너 천재 아냐?(웃음) 단어 시험에서 하나도 안 틀리잖아?

"쌤이 모르셔서 그래요. 제가 쌤한테 잘 보이려고 백조처럼 얼마나 물밑으로 발버둥을 치는지."

"그래? 그렇구나! 너의 이 성실성은 앞으로 살면서 엄청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거야. 넌 잘될 수밖에 없어! 두고 봐. 선생님 말이 맞나 틀리나."


선영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한 것일까. 시험에서 수학 한 과목만 3등급을, 나머지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중간고사는 범위가 적고 기말고사보다는 쉽게 출제되는 경향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팀웍을 발휘하여 스스로 잠을 반납하며 이뤄낸 성취였다. 아이가 하고자 하니 쉬는 시간 활용법이나 등하교길 시간 활용법 등 온갖 것에 대한 대화를 하곤 했다. 우울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기면 공부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극히 긍정적인 나의 인생관을 이용해 가볍게 뛰어넘는 방법도 제안했다. 선영이를 지도한다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변화에 대한 실험 정신을 가지고 아이를 만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 한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최대치를 보고 싶었다.


성적이 갑자기 오른 것을 보고 선영이 친구들과 선생님은 많이 놀랐다. 선영이도 기쁨에 들떴고 어리둥절했다. 나 역시 놀랐다. 선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속되던 아빠의 비난의 자리에 전폭적인 지지와 칭찬이 대체된 것이다. 선영이의 목소리는 점점 굻어졌다. 힘이 실렸다. 그때부터 나는 선영이 아빠께 칭찬 숙제를 드리지 않았다.


"선영아, 우리 기말고사에선 수학 1등급 도전해볼까? 올 1등급, 캬아. 어때?"

"쌤, 그건 쫌... 전요 수학 머리가 없어요. 오죽하면 중1 때 수학 학원 선생님이 저처럼 수학 머리 없는 애는 처음 봤다고 그러셨어요. 전 수학은 영 안 되겠다고...."

"야, 그런 게 어딨어? 그 말 들으니까 난 막 화난다. 한참 자라는 아이한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를 확정하시면 안되는 거 아닌가? 선영아, 안되겠다. 다른 과목을 다 버리더라도 이번에 수학만은 꼭 1등급 맞자. 1등급 성적표 들고, 중1 때 학원 선생님을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쌤, 저 기억나세요? 제가 수학 1등급을 받았어요!‘라고 말씀드리러. 하하. 어때?

“......”

“처음엔 네가 다른 과목도 자신 없다고 말했었잖아.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까 행동이 바뀌었고 목표를 이루었잖아. 수학도 혹시 그럴 수 있는데 스스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수학이 너에게 어려운 과목이라면 다른 친구들보다 너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하면 돼. 내신 수학은 범위가 정해져 있잖아. 학교 시험은 교과서랑 프린트, 시중에 나온 모든 문제집을 다 풀어버리는 거야. 그럼 너희 학교에서 일등급 분명히 할 수 있어. 쌤 말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건 어때?

“......”

“한 번 해볼까 아님 그냥 포기할까?"

"흐음...아, 도전 해볼래요....."

"좋아!!! 수학을 일등급 받으려면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뭐야?"

"공부할 시간이 엄청 부족해요."

"그렇다면 예체능 과목 시험 준비 시간을 몽땅 수학에 넣는 건 어때? 그러니까 예체능이랑 쉬운 과목은 수업 시간이 시험공부라고 아예 생각해버리는 거야. 평상시에는 그런 시간에 수업을 어떻게 듣고 있어?“

“엄청 느슨하게요. 졸기도 하고. 필기도 안하고요.”

“그렇구나. 그럼 수업시간에 시험준비의 80-90% 마친다는 각오가 필요해. 수학을 위해서....해볼래?”

"네. 그렇게 해볼게요."

"그동안 어떤 과목을 느슨하게 공부했었어?"

"음악, 미술, 체육이랑 한문, 일본어, 기술 가정요"

"그래, 그 과목들은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각오로 수업을 해봐!"


기말고사가 끝났다. 선영이는 성적표를 들고 학교에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로 수학 1등급을 받았다면서 선영이는 울먹였다.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다고 했다. 얼마나 밤낮 열심히 했는지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아이들의 공부 실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이큐나 선행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서울대 학생들의 평균 지능이 120정도라는 말은 120이 되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뜻 아닌가. 공부를 무조건 시키는 대신 아이가 진짜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대화로 이끄는 일이 무조건 공부에 뛰어들게 하는 것보다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1등급을 받았지만 선영이를 무시했던 중1 학원 수학 선생님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저 동기부여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을 뿐 애초에 찾아갈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선영이는 공부가 너무너무 재밌다고 했다. 선영이의 큰 변화를 바라보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얼마나 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지평을 넓혔다. 나도 자긍심이 부쩍 성장했다.


"‘못해요’나 ‘싫어해요’라는 말은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잘하거나 좋아할 가능성이 생길까?"

"아니요."

"그럼 앞으로 '못해요'랑 “싫어해요‘라는 말 대신 뭐라고 대답할거야?"

"'아직까지 좋아하거나 잘해본 적은 없어요'라고요."

"맞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한, 언젠가는 해볼 수 있는 희망과 꿈이 생기느까..... 손해날 것이 없는 말이지."


선영이는 그후 정말 무섭게 공부했다. 시켜서 하는 공부에 비할 수 없는 내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내신에서 2학년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최상위에 올랐다. 선영이는 많은 학생들이 꿈꾸는 명문대 문과 인기학과에 합격했다. 재수를 하고 나서 얻은 결과였다. 늦게 시작된 공부 재미에 빠져 재수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50년 이상 살아오면서 사람의 말과 마음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선영이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나는 확신을 키울 수 있었다. 사람이 강한 뜻을 품으면 못 할 일이 없구나 하는 좋은 사례였다. 말하기 화법 중에서 아이를 꾸중하는 일은 가장 창의성이 적은 방법이다.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질타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꾸중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내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갖게 만들 수 있는 대화는 숨겨져 있다. 부모의 창의력과 노력으로 찾아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부모님은 아이를 자주 혼내고 있는가? 그 꾸중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보는 것은 어떤가. 첫째, 꾸중을 하면 지금 하던 것 보다 더 못할 가능성이 늘어나는데도 계속 꾸중하는 부모님은 아이보다 현명한 태도를 지닌 것인지 자문해 보자. 그리고 아이가 왜 하고 싶지 않은지, 어떻게 말해야 아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에 대한 탐구를 해야하는 것은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니라 세월을 몇 배는 더 사신 부모의 일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긍정 대화와 질문을 연구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탓은 그만하고 내 탓을 시작해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 아이에게 쌓인 불만이 녹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어 지도와 독서


선영이와 내가 만났던 2년 정도의 시간동안 내가 가장 중시하는 독서를 강조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고등학생은 몹시 바쁘다. 심지어 독서를 많이 하던 아이조차도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독서하기 어렵다. 선영이가 목표를 높여 잡고, 자신이 과목별로 뒤쳐진 공부를 메꾸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독서가 좋은 공부법이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내신을 준비하느라 바쁜 아이들에게 독서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시험과는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한 영어 공부는 단어와 문법을 따로 공부하는 학원공부보다 매우 효율성이 높은 영어 공부법이다. 나는 우리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기본 공부법을 주로 독서로 해결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아이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독서를 추가할 수 있을 만큼만 끼워넣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선영이의 수업 시간 중에서 30분 정도를 영어책 독서를 할 수 있게 하곤 했다. 아이가 스스로 고른 재밌는 장르를 정하고 주로 CD를 통해 원어민의 발음으로 빠르게 들을 수 있게 했다. CD를 통해 꾸준하게 영어를 원어민의 음성으로 듣다보면 듣기 평가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틀리지 않는다. 모의고사나 수능의 듣기 난이도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의 내용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서로 꾸준히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고 단어의 쓰임을 문맥에서 익히기 때문에 영어로 된 글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그렇게 1~2년을 좋아하는 장르의 원서 읽기 습관을 들인 아이들은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영어 문서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구동성으로 한다.


2시간 수업에서 30분을 책읽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문제 풀이나 단어 공부를 숙제로 충분히 잘 해오도록 서로 팀웍을 맞춰두었기 때문이다. 대형 학원 강의가 아니고 아이와 나는 모든 희노애락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독서가 주는 장점을 충분히 알려주고 영어 원서 독서를 끼워 넣어 영어 과목에 투여하는 시간을 줄이는 전략을 설명한다. 몇 개월이 지나면 한국어로 일일이 번역하지 않고도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실력이 부쩍 늘어난다. 그러면 교과서도 모의고사도 수능도 어렵지 않게 지문을 이해한다. 이렇게 시간을 벌고 나서 시험 공부를 하면 영어 공부시간은 줄어들지만 성적은 향상되었다. 이렇게 영어에서 시간을 절약하여 다른 부족한 과목에 투자하기를 지속적으로 연습시킨다.


하지만 아이와 내가, 아이와 부모가, 아이와 학교 선생님이 갈등하는 관계에서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미없고 하기 싫은 공부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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