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짧고 굵은 칵테일 라이프
이번 글은 아내와의 일화가 아닌, 내 개인적인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예전 글에서 향수에 취미가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바로 ‘술 - 그중에서도 칵테일 만들기’이다.
시작은 소말리아로 파견 다녀온 군인 친구가 사준 '달모어 12년 산'이라는 사슴이 그려진 위스키였다.
위스키를 선물로 받고 이걸 이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침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남자들의 자취가 그렇듯 퇴근 후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맥주 한잔 하는 게 습관이 됐다. 술을 너무 자주 마시다 보니 '이걸 어떻게 줄여야 할까'는 고민이 되던 찰나에, 그때 받았던 위스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요리 만드는 것처럼 술을 만들어 먹으면 좀 귀찮아져서 덜 마시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칵테일 만들기면 그냥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 것보단 조금은 건전한 음주 생활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더해져 한번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술을 찾아보니 하이볼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취미의 시작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장비 구매는 누구보다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칵테일에 필요하다는 코블러 셰이커, 보스턴 셰이커, 지거, 바 스푼, 스퀴저, 머들러 같은 이름도 생소한 각종 도구들과 칵테일 잔들을 바로 구매했다.
술은 일단 마트에 가서 흔히들 볼 수 있는 멜론, 복숭아 등 과일 리큐르와 럼, 보드카 등을 구매했다.
장비가 도착하자 아직 한 잔도 만들지 않았지만, 마치 바에서 셔츠를 쫙 빼입고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바텐더의 모습이 내게서 보이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의 건전한 음주 하기 프로젝트 -부제 : 칵테일 만들기가 시작됐다.
매일 어떤 술을 만들지 찾아보고, 치즈 같은 안주와 곁들여 먹으며 '나는 건전한 음주 생활을 즐기고 있노라' 하는 만족감에 젖었다. 조만간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따서 국가가 공인한 바텐더가 돼서 당당히 내 취미생활 중 하나로 자리 잡기 직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로 즐겨 만들었던 레시피는 멜론 리큐르 '미도리'를 사용한 미도리샤워나 준벅 등을 주로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옆에 보이는 사진처럼 책상 하나 없는 자취방이었지만, 맨바닥에서 나는 언제나 건전한 음주생활을 즐겼다.
그런 내 칵테일 만들기에는 크나큰 단점이 있었다.
바로 첫째, 맥주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건전한 음주생활을 한다면서 안주와 술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으니, 내 지갑의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이게 과연 건전한가'에 대한 물음이 다가왔다.
둘째, 가장 큰 단점이자 최악의 단점은 술 먹는 양이 절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맥주보다 도수가 높거나 비슷한 칵테일은 달달한 특성 때문에 술을 홀짝홀짝 마시게 되어서 오히려 더 쉽게,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었다.
맥주였다면 컨디션이 안 좋아 한 캔만 마시고 멈췄을 텐데, 칵테일은 '오늘 세 잔 만들겠다'라고 정해두면 꼭 세 잔을 다 마시고 잠들었다. 억지로라도 끝까지 마시게 되는 게 너무너무 큰 문제점이었다.
두 가지 아주 큰 이유로 나의 '건전한 음주 생활 프로젝트 - 칵테일 만들기'는 그렇게 끝이 나고 만다.
나이도 있고 내 몸 관리가 필요하며, 아내 역시 술을 과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지금은 술을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마신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집 창고 한켠에는 각종 술과 도구들이 고이 잠들어 있다.
가끔 아내에게 "우리 이번엔 위스키 한 잔 할까?"라고 소심한 질문을 시도하며, 언젠가 다시 그 도구들을 다시 꺼내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날을 조용히 꿈꾸는 유부남의 예전 취미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