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문 닫는 빵집의 비밀

by 홍화

아내와 제주도를 놀러 갔을 때 일이었다.

우리는 으레 하는 여행답게, 남들이 잘 모르지만 숨어있는 맛집 찾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은 제주도 좌하단쯤에 위치한 대정읍에 있는 작은 빵집이었다.

제주도에서 드물게 쉬는 날이 '토, 일' 주말 이틀인 가게였고,

관광지에서 주말을 쉰다는 게 의아했지만, 우리는 3박 4일 일정 중 평일인 월요일에 그 빵집을 가게 되었다.


들어간 빵집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빵집 앞에 주차된 차들은

벤O, 아우O, 테슬O 등등 삐까번쩍한 외제차들이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는 게 아닌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주도에 유전이 터졌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부자들이 즐겨 찾는 빵집이란 생각에 잔뜩 기대를 하고 가게에 입장했다.


먹었던 빵은 맛있었다.

줄 서서 먹을 만큼 엄청난 맛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으면 종종 사 먹을만한 속 편한 맛과 꽤 합리적인 가격이 매력적인 가게였다.


그러나 "저는 현O백화점에서만 과일을 사 먹어요."라는 말을 할 법한, 저 밖에 고급 차들의 주인들이 이 가게를 찾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비밀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엿들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아내와 조용히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옆자리 테이블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누가 아이비리그 코넬대를 보냈다더라."

그 점수로 어떤 공부하고 아이비리그 반에 보내야 뭐가 어떻다더라

여행을 떠나와 제주도에서 듣기엔 지극히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도대체 여기 근처에 무슨 학교가 있길래 유학 얘기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오가는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지도를 찾아보니, 국제고등학교가 있었다.


내가 "여기 국제고는 공부 진짜 잘하나 봐. 외국으로 대학도 보내네."라고 말하자 아내가 대답했다.

"외국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한 학교가 국제고등학교야."


어언 학업에 손을 뗀 지 십몇년이 지나 그런 고등학교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을뿐더러,

이렇게 본격적으로 좋은 학교가 제주도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빵을 다 먹고 우리는 차를 타고 한번 학교 근처를 드라이브 삼아 둘러보기로 했다.

몇 개의 학교가 합쳐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학교 크기의 규모였고, 외부에서 보이는 학교의 풍경도 대학교라 해도 믿을 법한 잘 관리된 곳이었다.

고등학교였지만 방과 후 시간에 럭비부가 있을법한 느낌의 학교를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여기가 제주도가 아니라 미국 미시시피주 어디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학비가 워낙 높아 연예인 수입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는 사실.

또 진짜 부자들은 근처 아파트가 아쉬워서, 아예 서귀포 시에 있는 고급 호텔에 1년 장기투숙을 하며 학교를 보낸다는 등 엄청난 풍문이 들리던 곳이었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내가 늘 여행 가던 친숙한 제주도에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 빵집은 학교 앞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학원 보내기 전 학부모들끼리 잠시 빵과 커피를 먹으며, 기다리는 빵집이기 때문에 '평일'이 아닌 '토, 일' 주말에 쉬는 가게였던 것이다.


나는 여행객의 시선으로,

'주말에 이틀 다 쉬다니 장사 요령이 없으시네.'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빵집은 이미 학부모 단골들로 충분히 유지되는 곳이었고,

학교가 없는 주말에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인건비를 더 낭비하는 셈이었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게,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준 그 빵집 아주머니의 세상을 다 아는 듯한 미소가 문득 떠오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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