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20대의 나에게 '나를 찾는 여행'이란 핑계로 돈을 잔뜩 써도 되는 신나는 일이다.
어머니와 나, 사촌 누나와 사촌 여동생까지 네 명이서 같이 이탈리아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직 취직을 못하고 서류 제출 기간은 지나서 합격 발표만 기다리고 있던 빈둥빈둥 백수인 나에게, 어머니는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고, 나는 짐꾼이자 그래도 여자 셋을 지키는 유일한 남자 보디가드 역할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여행으로 사촌 동생이 모두 짜놓은 여행 일정표대로 따라가는 여행을 하게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입국수속을 하러 갔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며 면세점 쇼핑을 즐기고 있던 차, 자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전화를 받아보니 인천공항 검문소라고 특정 게이트 어디로 오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일행에게 잠시 쇼핑하고 있으라고 말한 뒤 나 혼자 그쪽 게이트로 가면서
내 캐리어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오라고 했는지 혼자서 오만 상상을 했다.
'누가 내 캐리어를 폭발물이랑 바꿔치기를 했는지'
'내가 모르는 어떤 육포가 들어있는지'
그렇게 생각을 하던 차에 도착한 검문소는
'인천공항 동물검역소'라는 곳이었다.
'동물 검역소에서 왜 나를?'이라는 생각과 함께 거기 계신 직원 분께
전화 통화를 받고 오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집에서 소 키우시죠?"
"네? 소요? 제가 소를 키운다고요?"
"네. 소를 키우셔서 방역을 하셔야 하는데요."
"아파트요...? 주소가 충남 예산 아니신가요?"
라며 서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취직 준비를 하던 중 우리 집의 사정으로 인해 잠시 집을 떠나 있어야 했고,
공부를 핑계 삼아 우리 큰집인 시골집에서 한 달 정도 잠시 머물러 있었다.
농사를 지으시는 큰아버지와 큰엄마가 계신 시골에서라면 아무런 것도 못하고 취직 공부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친척네 집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며 지내며 주소지도 충남 예산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고 주소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생각을 깜빡하고
'약 3개월가량' 내 주소는 계속 충남 예산이었던 것이었다.
검역소 직원 분은 당연히 '축산 농가'로 등록되어 있는 내가 해외에 간다니 방역 관련 말씀을 해주신 것이고
나는 소라고는 큰 집에서 밖에 구경을 못해 본 사람으로서 나보고 소를 키우냐는 질문에 아파트에서 소를 어떻게 키우냐고 말씀을 드린 것이다.
주소가 충남 예산이라는 말에 나는 내가 아직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르면서
검역소 직원 분께 예전에 두 달 전에 그곳에서 살았노라. 그리고 깜빡하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는데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 해외 갔다 돌아오는 데로 다시 수정하겠다는 말씀과 현재 나는 소를 키우는데 살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행히 넘어갈 수 있었다.
아직도 그때 직원분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내가 아파트에서 소를 어떻게 키우냐는 물음에 '그 아파트에서 소를 키운다고 축산 농가로 등록해놓은 네가 더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셨을까 아니면 '아파트에 살지만 너네 집 소키우잖아'라는 생각이셨을까 아무튼 소 키우는 집에서 소를 키우냐는 물음에 본인이 전산상으로 잘못된 줄 알고 그렇게 물어보셔서 서로에게 당황을 준 그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그런 해프닝이 있은 후 이탈리아에서 6박 7일은 너무 재밌게 보내고 많은 것을 보고 즐기고 돌아왔다.
가끔 나는 아내에게 내가 시골에서 소를 직접 키웠다는 허세를 부리고는 한다.
"여보가 소를 어떻게 키워봤어?"
"나 이래 봬도 공항 갈 때 동물검역소에 방역까지 해본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