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수, 이제 안 뿌리면 안 되나요?

사람들의 취향에 대하여

by 홍화

갑작스레 고백하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읽는 내내 그 문장들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향기가 내 머릿속에 번져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들이 너무 좋았다.


이야기꾼 지망생으로서, 내 글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재생이 된다는 것만큼 큰 극찬이 없으리라는 점에서

내가 어쩌면 꿈꾸고 또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이지만 주인공이 결국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모든 사람을 매료시키는 천상의 향수를 만들어낸다. 내가 요즘 문득 떠올린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정답에 가까운 향수가 실재하는가?"


저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자,

남자로서 향수를 좋아해 여려 종류의 다양한 향수를 뿌렸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고 난 뒤, 아내가 화장품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하면서 어느 순간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점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의 향수 또는 화장품 냄새가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예전 같으면 과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정도의 향이 어느 순간 머리가 아프다고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주기적으로 읽어주는 쥐스킨트의 책이 떠오르면서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하는 향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곱씹게 된다.


노래도 각자의 취향이 다른데, 과연 영화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향이 가능할까?


맛의 세계에는 조미료, 즉 MSG가 있다. MSG의 감칠맛은 대부분 사람에게 맛있게 느껴지는 화학적 산물이다. 오죽하면 MSG의 대명사 '미원'은 맛의 근원을 뜻을 사용하겠는가.

맛에는 이렇게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향도 마찬가지일까? 향 역시 화학적 반응의 산물인데 우리 코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향기롭게 느껴지는 '향의 msg'라 부를 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노래처럼 하나의 취향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향수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음악에도 '머니코드'라고 불리는 대중적인 코드 진행이 있긴 하지만 워낙 음악 취향이 다양하다 보니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노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향수도 그렇다. '이렇게 많은 브랜드의 향이 어떻게 다 다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천 가지의 향이 존재한다. 이 각각의 향을 담고 있는 향수들이 '향의 msg'가 등장해 모두가 만족하는 단 하나의 향수만 남고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슬픈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향수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기분이나 날씨 등에 맞춰 뿌릴 수 있는 다양한 향수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취향도 아닌, 내가 좋아서 뿌리는 향수.

그리고 그 향을 좋아해 주는 누군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향수가 가진 본질이 아닐까.


이렇듯 모두를 만족하는 이야기꾼이 되기보다는, 내 취향과 닮은 몇몇이 열렬히 재미있어해 주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직장인으로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 예민해진 코를 가진 옆자리 동료를 둬서

향수 냄새가 머리 아프다고 한 소리 들은 그 동료에게,

이 글을 빌려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고 '어떤 이야기꾼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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