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취향, 서른의 타협

커피와 취향, 그리고 비교

by 홍화

"이 주변에서는 그래도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어요."


나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다. 그러나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다들 신기해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취향이 확고할 수 있냐고.

반대로 나는 묻는다.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게 본인 취향인지 어떻게 못 고를 수가 있어요?"


늘 무언가를 먹을 때 '아 이것보다 전에 먹었던 어디의 무엇이 더 낫다. 이 집의 이런 점이 더 낫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먹고 마셨다.


그렇다고 엄청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다. 어느 가게에 가서도 곧잘 잘 먹는 편이다.

'이 명태조림은 그때 먹었던 집보다 약간 더 매운맛이 강하구나. 둘 중에는 나는 매운걸 못 먹으니 그때 먹었던 집이 더 내 취향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할 뿐이다.


커피는 물론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주제에,

그래도 나는 내가 다니는 직장 근처에서는 어디 커피가 제일 내 취향에 맞는지 생각하곤 한다.


어느 날은 내가 직장 동료에게 물었다.

"저가커피 3대장 빽O방, 메O커피, 컴포O커피 중에 어느 게 제일 취향이야?"

그 물음에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던 일행들이 대답했다.

"3개 차이가 있어요?"

그 물음에 나는 너무 당황하며 대답했다.

"3개가 미묘하게 다르잖아. 몇백 원 차이가 나든, 양이 다르든, 맛이 다르든... 무언가 그 3개가 다 있다면 '여길 가고 싶다'라는 게 있지 않아?"


"3개 중에 그냥 보이는데 들어가는데. 그게 차이가 느껴져?"


"보통은 뭘 먹고 마시든 '아 어느 게 내 취향이다'라는 생각 안 해?"


"그냥 맛있다, 맛없다만 따지지 뭘 비교해 본 적은 없는데요?"


........?



아내와 주말이 되면 새로운 카페를 가보는 것이 취미 중 하나이다.

새로운 카페에 새로운 경험을 5,000원 정도의 커피 값으로 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가성비 좋게 재미있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취미도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간 카페는 대학가 주변에 있기에는 꽤 이질적인 분위기의 가게였다.

그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내 입에서는 감탄사만 나왔다. 가게의 모든 것이 너무나 20대 시절의 내 취향이었다.


신발 진열장에는 아마도 주인장이 신었던 듯한, 적당한 착용감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나이키 조던 신발들이 놓여있었고, 야구 유니폼들이 걸려 있었으며, 한쪽 벽면에는 예전 노트북에 한창 덕지덕지 붙였을 법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스티커가 가득했다.

적당한 너비의 책상 간격, 가지런하지 않은 약간은 미묘한 배치.

너무 내 취향에 맞는 커피.

거기에 너무 완벽하리만큼 내 취향인 감성적인 플레이리스트 음악까지.

커피를 주문한 뒤, 나는 신이 나서 아내에게 말했다.

"이 가게, 내가 20대에 만약 가게를 차렸다면 하고 싶고 했을 것 같은 모든 것들이 있는 카페야."


"근데, 왜 '20대에 차렸으면'이야? 지금은 여보 취향이 아니야?"


"30대인 지금의 나라면... 내 취향이 대중적이진 않으니까, 아마 많이 타협했을 것 같아."


물론 이 가게가 대학가 주변에 있으니 주말이 아닌 평일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장사가 잘 되는 집일 수 있다. 나는 그러길 응원한다.


하지만 나와 이 정도로 결이 맞는 분이라면, 아마 대중적인 취향에서 약간은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개성 있는 분일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싼 커피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굳이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가게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비록 30대의 나는(물론 장사도 안 하고 회사원이지만) 그만큼 용기가 없어서 남들의 시선에 맞춘 가게를 차릴 가능성이 크겠지만, 흔하디 흔해 경쟁력이 없기보단 본인만의 색깔이 잘 녹아 있는 이런 가게가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본인의 취향으로 가게를 차리는 로망을 실현하신 사장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내와 함께하는 우리 지역 카페 탐방은 늘 이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해주는 고마운 취미다. 나중에 또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커피숍이 여전히 '나의 20대 취향이 잔뜩 담긴' 가게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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