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같은 영화관 의자에 앉아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산다.
아내는 불길이 치솟고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두 눈이 반짝이고, 나는 아무 배경 없는 공간에서 배우의 감정 연기에 눈을 빛낸다.
이렇듯 우리는 영화의 취향이 정반대이다.
그러나 우리 둘 모두 만족하며 본 영화가 있어서 이번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24년 5월쯤에 개봉한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라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프리퀄 격 작품이다.
놀랍게도 우리 둘 다 분노의 도로를 보지 않은 채로 영화를 보러 갔기에 매드맥스 세계관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고, 그렇기에 더 신선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아내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봤던 기억이 난다.
사막을 질주하는 기계들에 화려한 액션, 특히 압권은 개조된 전투트럭 수송에 약탈자들과 싸우는 장면은 나조차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 역시 그런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에 잘 봤지만, 내가 재미있게 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액션도 좋지만, 바로 이 작품의 세계관이었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매드맥스 시리즈라 그런지, 디스토피아적인 질감과 각 거점의 설정 등이 놀랄 만큼 단단했다. 나는 장르 소설을 읽듯 영화 속 도시에 탐험하듯 몰입했고, 그 세계관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유로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데,
우리는 온 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위기 상황에 몰입해서 우리도 모르게 몸을 긴장한 탓일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우리는 농담처럼 주고받았다.
"영화 보는 동안 누가 때리고 간 거 아냐?"
"그러게. 팔이 아직 욱신거려."
아마 우리만 당한 건 아닐 것이다.
그날 상영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하지만 똑같이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고 나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