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호텔에 머무르는 이유

by 홍화

아내와 함께 호텔에 왔다.


여행을 갔을 때 숙소에 머무는 일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호텔이 바로 집 앞에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창밖으로 내 집이 보이는 곳에서 묵는 건 묘하게 낯설다.


사람들은 '호캉스'를 많이 간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다.

여행을 가서 무언가를 배우고 보고 경험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하나쯤은 떠오르는 생각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불과 십 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는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억지로라도 뭔가를 찾아내 보려 한다.


일단 첫째, 집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면죄부' 같은 자유가 있다.

분명 집도 쉬는 공간이지만, 막상 집에 있으면 집안일의 그림자에서 도망치기 어렵다.

이불을 개지 않아도 되고, 수건을 마음껏 써도 되고, 청소와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공간.

호텔은 그 부담을 단칼에 잘라준다.


둘째, 잠깐이지만 '다른 삶'을 살아보는 기분이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과 깔끔하게 정리된 객실은 잠시나마 내가 성공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준다. 언젠가는 이런 고층 뷰가 보이는 집에 서재를 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분명한 동기부여까지 따라온다.


셋째, 바로 조식이다. 집에서 먹는 식탁은 늘 똑같은 반찬인데, 호텔 조식 뷔페는 빵, 베이컨, 과일 각종 음료들을 먹다 보면 '역시 돈 값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호텔 방뿐만 아니라 뷔페 또한 여기가 다른 세상인듯한 착각을 일으켜주는 곳이다. 사실 평범한 메뉴인데도 호텔이라는 공간이 곁들여지니 괜히 더 특별해 보인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아무리 호텔이라지만 집보다 편한 건 절대 아니다. 침대는 포근한데, 이상하게 집 이불보다 덜 친근하다. 냉장고에도 생수 두 병이 전부라 먹을 것을 찾다 룸서비스 메뉴판이라도 보게 되면 가격을 보고는 자동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바로 집 냉장고가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또 생각보다 없는 것들이 많아 "이럴 거면 그냥 집에 있지" 싶은 순간도 많다.


이런저런 그럴듯한 이유를 늘어놓고 있지만, 사실 조금 민망한 사정이 있다.

이 집 앞 호텔에 온 건 순전히 우리 선택이 아니었다.

처남 회사에서 호텔 숙박권이 몇 장 나오는데, 만삭의 아내와 여행을 다녀오라고 한 장 준 것이었다.

멀리 이동하기는 어려워, 숙박이 가능한 호텔 중에 가장 집과 가까운 곳에서 여행 온 기분이라도 내자고 해서 집에서 10분 거리인 이 호텔에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하다.

집 앞 호텔, 너무 좋긴 한데 내 돈 주고는 아마 안 올 것 같다.

그렇지만 처남,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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