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수많은 유행들이 있었다.
허니버터칩, 유자맛 소주, 대만카스테라, 탕후루, 마라탕, 요아정 기타 등등.
나는 트렌드세터를 지향해서 모든 유행들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귀차니스트이기때문에 사실 저기에 쓰여있는 것 중에 실제로 경험해 본 건 거의 없다. 그 흔한 탕후루조차 한번 먹어본 적 없고, 유행이 다 지나고 허니버터칩, 마라탕 정도 맛본 게 전부다.
그런 내가 단 하나,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아직도 종종 잘 먹고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소금빵‘되시겠다.
아내와 인천 송도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새로 지은 계획도시 특유의 반듯한 분위기에, 우리는 '아 역시 우리는 시골에서 못 사는 도시 사람이다'라며 센트럴파크의 공원 맛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그 무렵 소금빵이라는 빵이 막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송도에 소금빵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만 가면 맛집을 찾는 우리는 그곳을 찾아갔고, 나는 생애 첫 소금빵을 맛보았다.
왜 빵에 '소금'이 붙었을까 궁금했는데, 한입 깨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겉에 붙어있는 소금 덕분에 은근한 짭조름함이 더해진, 아주 매력적인 맛이었다.
그 맛을 처음 느낀 순간, 나는 문득 혼자 소금빵을 바라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이거 한 개씩만 더 먹을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웃었고, 우리 둘은 빵 하나로 작은 행복을 나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공원 벤치, 햇살, 그리고 소금빵 향까지 모두 한꺼번에 기억 속에 박혔다.
그 후로도 우리는 그때의 빵 맛을 잊지 못해 근처의 소금빵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소금빵을 사 먹어봤지만, 이상하게도 송도에서 먹었던 그 맛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이게 내가 아는 소금빵의 맛이 아닌데!"라며 늘 아쉬워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답은 하나였다. 다시 인천을 가는 것.
우리는 만족했던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 여행 너무 좋았다. 다음에 또 오자."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편이다. 하지만 다시 방문하는 경험이 늘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가을에 선선했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다음번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별로였던 적도 있었고,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집을 다시 갔는데 맛이 변해버린 경험은 정말 슬픈 경험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소금빵도 혹시나 그때의 맛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송도에 갔을 때, 다행히 그 맛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바삭함과 촉촉함, 짭조름함이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 순간 느낀 건 단순히 '맛있다'가 아니었다. 실망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소금빵을 특별히 애착하는 건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준 사실, 그 덕분에 여행의 기억까지 지켜준다는 사실이 더 큰 의미였다.
다른 유행들은 다 지나가버렸지만, 소금빵만큼은 내게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 소금빵이라는 빵이 유행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