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더 내고 있는 세금

by 홍화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나는 죽음을 못 피하듯, 세금 또한 피하지 못하는 성실납부자이다.

그러나 나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내라고 한 돈 외에도, 나만 더 내고 있는 세금이 있다.


바로 '복권 구입'.


"복권은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매겨지는 세금이다."

꽤 유명한 문구이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수학을 꽤 잘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행운'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평범하다고 답한다.

크게 운이 좋았던 적도, 크게 운이 나빴던 적도 없다.


그런데 주변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무슨 경품 추첨에서 1등에 쉽게 당첨되는 사람, 높은 경쟁률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사람, 심지어 로또 3등도 주변에서 2명이나 나왔다.

이렇듯 내 주변엔 운이 좋은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아내 또한, 엄청 큰 운은 아니지만 소소한 운이 좀 있는 편이다. (날 만난 걸 보면 큰 행운도 있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직장에서 경품을 추첨하면 1등은 아니더라도 10만 원 ~ 20만 원 상당의 상품에 종종 당첨된다. 덕분에 호텔 뷔페 2 인권을 받아 맛있는 저녁을 먹었던 행복한 기억도 있다.


아내가 그렇게 소소하게 당첨되는 걸 보면, 괜히 나도 '혹시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든다.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다. 나는 경품 추첨에 응모하면 늘 마지막 한두 자리에서 빗나갔고, 기대했던 이벤트에서는 고작 참가상 볼펜이나 휴지 세트를 받아왔다. 남들은 손쉽게 쿠폰이나 상품권을 챙기는데, 나는 늘 소소한 경품이었다.


그래서일까. 퇴근길 편의점 앞을 지나칠 때, 주머니에 남은 잔돈이 눈에 띌 때, 혹은 아내가 또 당첨 소식을 들고 올 때. 그럴 때 나는 무심코 로또 용지를 구매한다. 마치 나도 이제는 행운의 차례가 된 듯한 기분으로 말이다. '어쩌면 엄청 큰 행운이 오기 위해 여태 자잘한 행운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망상도 한다.


사실은 금액에서 주는 압도감이 있다.

내가 평생 벌어도 만져볼까 말까 한 금액을, 번호 6개를 맞히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로 그런 금액을 준다는 생각을 하면, 확률을 따져보지 않는다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냉소적이었다.

확률이 말도 안 되게 낮고 기댓값이 0.5라, 살 때마다 절반만 돌려받는 불합리함 때문에, 복권을 사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여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커피 한두 잔 값으로 '혹시나 당첨되면 어떨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 짧은 상상만으로도 삶이 힘겨울 때 잠시나마 탈출구가 되고, 하루의 활력이 된다.

그제야 알았다. 낮은 확률에 기대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못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소하게 국가 재정에 기여하며, 나 홀로 세금을 더 내는 중이다.

그리고 용지를 손에 쥔 순간부터는 벌써 부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괜한 고민을 한다.

"아, 당첨되면 이걸 어디에 써야 되나~"

keyword
이전 15화작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