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나의 장래희망은 '발명가'였다.
내가 만든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쓰인다는 점이 설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의 나는 '무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지 못하고, 오직 만질 수 있는 유형의 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꿈이 발명가였다. 그때는 어렸을 때니까.
세월이 흘러 지금은 회사원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만든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쓰인다는 느낌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회사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말, 똑같은 형식의 보고서와 이메일 속에서 단어들이 '퇴화'한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 해결책으로 떠올린 게 독서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자 예전처럼 읽히지 않았다.
'책을 안 읽는'게 아니라 '못 읽는'내가 된 걸 깨달았고,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바로 '독서모임'.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는, 일석이조의 모임이라는 설명이 꽤 솔깃했다.
처음엔 낯설었다. 나의 생활 패턴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한다는 게, 이전의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어플을 통해 독서모임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다들 책은 뒷전이고 너무 만남에만 집중하는 듯한 소개글에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나도 만남의 목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목적은 독서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찾아보던 중 네이버에 독서모임을 검색했을 때, 어떤 블로그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모임장이 운영하는 블로그 같았는데 그 글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책에 대해서 들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알던 독서모임은 대부분 지나치게 깊거나 반대로 너무 만남 위주였는데, 이 모임은 따로 만남을 가지지도 않는 것 같으면서도 책에 대해 가볍고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방식도 특이했다. 한 달마다 새로 모집하고, 기존인원이 계속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구조였다.
'한 달 정도라면 부담 없이 해볼 수 있겠다.'싶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모임은 내 삶에서 2년간 꽤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독서모임의 방식은 이렇게 진행된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어온다. 매주 책 한 권씩, 혹은 한 권을 나눠 여러 주 동안 읽기도 하고, 돌아가며 소개와 감상을 나누는, 다소 러프한 모임이었다.
정원은 8명이지만 불참자가 있어 실제로는 4~5명 정도가 모였다.
신기한 건, 책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나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같은 고백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누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엔 작가 지망생도 있었다.
블로그와 이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창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 또한 '나의 이야기를 활자로 남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2021년에 현재 브런치 북에 연재하고 있는 <홍화의 언어> 1화, 2화를 써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묻어두고 말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의 글이 책이 되어, 혹은 다른 매체로 변주되어 누군가에게 쓰이리라는 다짐만은 마음속 깊이 품고 있었다.
이후 결혼을 하고 아내라는 든든한 응원자를 만나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 써둔 <홍화의 언어> 1편 사랑, 2편 겁쟁이 원고를 손보고, <아직도 제사를 지내요?> 같은 글을 새로 쓰면서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승인이 났다는 소식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독서모임이 아닌 회사에서 만났지만, 만약 내가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글을 쓰리라는 용기도, 언젠가 책을 내리라는 다짐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도전이 내게도 용기가 되었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또 다른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그 책을 독서모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해주세요. 제 책은 절대 건너뛰지 말고 완독으로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