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가을 문턱에서

청도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가을을 준비하며

by 오늘도 지금처럼

어제도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매일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도 신기하게도 우리의 대화는 마르지 않는다. 어쩌면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그려보고, 사소한 기억까지도 꺼내 놓는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고, 어느새 새벽 공기가 창문 틈으로 스며든다.


청도에서 같이 살게 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빠른 호흡을 내려놓고, 조금 더 천천히, 계절과 함께 숨 쉬는 삶을 배우고 있다. 시골에 살면 계절이 달라지는 기척이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한낮의 햇살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저녁 바람 속에 가을의 냄새가 묻어나는 요즘이다. 입추가 성큼 다가왔고, 이제는 여름과 작별을 준비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집밥을 먹었다. 적당히 밥을 먹고 평화롭게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작년 이맘때는 청도에서 일을 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녔던 기억뿐이라, 가을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보내고 싶었고, 그래서 함께 작은 종이 위에 가을 투두리스트를 만들었다. 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2025. 08. 17 /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


함께 하는 두 번째 가을 맞이


리스트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노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 산책이나 하늘 보기, 계절 음식 챙겨 먹기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특별하고 거창한 일보다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아마도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일 것이다. 평범한 순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길어 올리는 재주.


그 재주 덕분에 지난 반년을 어떻게든 잘 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가올 가을도, 우리가 가진 이 능력으로 충분히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선풍기 앞에서 어느새 미지근해진 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해 본다.



☁︎ 기록한 사람 | 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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