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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Jul 12. 2022

 팩트와  마음 색깔별 해석

남편의 행위 팩트 : 매일 아침  7~9가지 정도의 과일과 채소를 넣고 주스를 만든다. 3종 견과류를 꺼내어 주고 자기도 먹는다. 평일 저녁은 대체로 칼퇴를 하고 가족과 함께 먹는다. 토요일 오전은 아내 없이 본인과 아이들 아침을 챙긴다. 일요일엔 쓰레기 분리와 배출을 한다. 



찐한 핑크로 팩트 해석

 출근 준비만으로도  바쁜 평일 오전 아침에   그 많은 과일과 채소를 넣고 핸드블렌더를 돌려서 주스를  만들어 식탁에 내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햇수로 5년째! 꼬박 본인은 물론이고 아내와 두 딸을 위해 그렇게 하는 이 남자의 정성이 보통이 넘는구나 싶다. 그다음은 아내의  접시에 견과류를 꺼내서 담아준다.  나이 들수록 견과류를 챙겨서 먹어야 노화방지에도 좋고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한 마디씩 해준다. 누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겠나. 고맙고 고마운 사람이다. 평일에 회식이나 약속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늘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한다. 저녁을 함께 못 먹을 상황이 발생하면 가족 단톡방에 꼭 사전에 알려준다. 금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고기를 먹는 날로 어떤 고기를 먹을지 나에게 꼭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 다른 집 남편들은 맨날 회식에 야근에 술 약속도 많아서 저녁을 같이 먹는 날이 거의 없다는데, 우리 집은 저녁을 같이 안 먹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이보다 화목한 가정은 없겠다. 역시 이 남자 최고로 가정적인 남자구나 싶다.  토요일 오전에 나는  가족들 아침밥 챙길 시간도 못 내고 일찍 출근을 한다. 그러면 남편은 천천히 일어나서 과채주스와 계란 혹은 토스트 정도로 간단하게  두 딸의 아침을 챙겨서 함께 먹는다. 점심 즈음 내가 퇴근해서 들어오면 아이들과 함께 점심 메뉴를 정해서 준비하고 있다. 라면일지라도 특별한 라면으로 끓여내어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일요일 오전에는 내가 가족의 아침을 챙기고 설거지할 때 가만히 있지 않는다.  베란다에 쌓인 쓰레기며 분리수거함들을 정리해서 딸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 버리고 온다.  아이들과 함께 집안일을 하면서 가정적인 아빠의 전형을 보여주는 남편을 보면 내 마음과 눈에서 핑크 하트가 뿅뿅 나온다. 


진한 그레이로 팩트 해석

  바빠 죽겠는데 아침마다 왜 저렇게 갈아대는지 모르겠다. 행동도 느리면서 저거 할 시간에 출근 준비나 얼른 하면 좋겠다. 아빠 차로 함께 등교를 하는 아이들은 늦을까 봐 매일 재촉하는데 무슨 의식처럼 아침마다 갈아대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아침에 겨우 눈을 뜨는 딸들은 아침마다 먹는 과채주스가 부담스럽다는데도 몸에 좋은 거고 아빠가 만든 거니까 꼭 먹으라고 은근 강요를 한다. 아... 이런 꼰대 같은... 맛도 없는 견과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먹으라고 하는 건지 아침부터 입안에서 까슬까슬 맛도 없다.  그래도 이걸 먹어야  노화방지도 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다. 이제 하도 들어서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난 이미 충분히 동안인데 얼마나 더 노화방지를 하란 말인 거니? 속으로만 구시렁댄다.  평일 저녁까지 챙길려니 좀 힘든데 좀 먹고 오면 안 될까? 요즘 어떤 여자가 온 가족 아침저녁밥을 다 챙기면서 일하나 싶다.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고 오는데 점심은 라면 말고 좀 든든한 거 챙겨주면 안 될까 싶기도 한다. 라면이야 애들도 끓이는 건데 말이다.  맞벌이로 같이 일해도 집안일은 절대적으로 내가 많이 하는데 주말에 분리수거 정도야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반쓰레기통은 여름이라 더워서 그런지 왠지 좀 냄새도 나고 그러는데 평일에도 한번 더 비워주지  꼭 일요일에만 하냐?



 팩트는 분명 하나다. 그런데 내 마음이 어떤 색깔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팩트는  더 이상 팩트가 아니다. 해석이 들어간다. 찐한 핑크로 해석을 할 때는 모든 게 좋다. 사랑이 넘치고 행복하기만 하다.  짙은 그레이로 해석을 하면 모든 게 답답하고 짜증 나고 심지어 화도 난다.  남편의 행동에 대한 해석만 그러할까? 세상 모든 게 그러하다. 팩트는 아주 단순한 것인데 거기에 어떤 색깔을 가진 눈으로 해석을 하고 어떤 해석을 진짜라고 믿느냐에 따라서 어쩌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  나는 오늘 어떤 색깔로 하루를 해석해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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