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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Feb 14. 2024

울음마저 삼켜버린 새

EP.7.의심



5살짜리 아이 둘, 뱃속으로 나온 저 어린것들을 두고 가자니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왼쪽발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내가 없으면 저것들을 누가 키우냐고 술주정뱅이 남편이 키우겠냐고...

엄마 없는 아이들 상상도 할 수 없다.


모성애...

눈물이 흐르는데 멈추질 않아..

세간에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어떻게 저러지?"라며..

그런데 이런 생활을 겪다 보니 그 마음도 알 것 같다.


정희는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그래 저 남자를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자.

그렇게 마음을 먹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보물들과 살자.

눈물이 볼을 타고 주주룩 흘렀다.



다음날 시장에 나가서 현관 열쇠를 하나 더 맞춘다.

그날 밤도 여전히 남편은 12시가 넘은 시간에 술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들어온다.

남편이 씻고 나왔을 때 아이들은 잠을 자다가 칭얼대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이거 받아 현관열쇠야. 이제 당신 맘대로 들어오고 나가고 해~"

열쇠를 식탁에 올려놓고 아이들 방으로 읽어줄 동화책을 꺼내 들고 들어가 문을 닫는다. 아이들이 잠이 들자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얕게 들린다.

열쇠를 진작에 줄 것을..  이제나 저제나 새벽에 벨소리에 잠을 깨던 지난 5년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는 잠을 설치며 언제 벨을 누를까를 생각하지 않아도 다.

남편은 이제 나의 둥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 뻐꾸기 새끼였다.


그날 이후로 남편의 귀가 시간은 여전하였지만 새벽에 와서 자는 정희를 깨우는 일은 없었다.

아이들 방에서 자는 정희를 가끔 문을 두드려 나오게하려고도하여 자는 척하며 숨소리를 죽이기도했지만  그건 주사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열쇠 주기를 잘했어.'


그래도 정희는 아침에 나와서 술국을 끓였다.




며칠 뒤 출근길 현관에서 남편은 신에 묻은 먼지를 털으며 말을 꺼낸다.

"당신 병원에 좀 가봐~ "

"무슨 병원? 아픈 데가 없는데..?"

"그게..... 산부인과 가보면 될 거야."

남편은 구두 주걱으로 발뒤꿈치를 신에 구겨 넣으며 덤덤하게 말한다.

갑자기 산부인과를 가보라는 남편의 말에 정희는 의아한 마음에 다시 묻는다.

"왜 가야 하지?"

"내가 좀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치료를 받으라 하네. 그래서 치료 중인데 당신에게도 옮을 수 있다고 하며 권하네."

"당신이 아픈데 왜 내가 가야 하지?

어디가 아픈 건데?"

"당직실 이불에서 가 옮긴 모양이야. 그래서 치료하면 된다는데.. 당신도 한번 검사받아봐."

가만히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정희는 그동안 한 달 정도 남편을 가까이하지 않음을 생각해 내고

"당신 하고 잠자리 안 한 지 한 달도 넘었고 난 상이 없어. 그러니 안 가도 될 것 같아. 당신이나 치료 잘 받아.

그리고 당직실 이불도 새 걸로 갈든지 해야지 다른 당직관들은 괜찮은 건가? 이불 소독은 안 하나 부대에서?"


나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할 시간이라 더 이상 남편과 그 이야기를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깨워야 했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아이들도 챙겨서 유치원차에 태웠다.


모두가 나간 텅 빈 집

가만히 아이들 방을 정리하다가 남편의 어딘가 수상쩍눈빛이  다시 떠오른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둘러 나가는 듯한 모양새가 뭔가 감추는 듯하다.


'뭔가 있네.여자의 촉!'


과연 그게 뭐지?

뭘 치료한다는 거지?


정희는 지갑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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