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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May 24. 2024

혼조옵서예(살이 4)

EP.4 마라도에서 짜장면 먹을 시간



"마라도 배가  비 와도 뜰까?"


비가 오락가락한 날 아침, 배는 과연 떠날까를 두고 족들이 옥신각신한다.

운행정보는 시기각각으로 변한다. 두 시간 전에 모슬포항에

전화를 하니  출항한다고 한다.


우리 식구들 이번에야말로 최남단 섬인 마라도를 밟아 보나보다. 내가 강행 안 했으면 또 흐지부지 될 판이다.


제주도에 수차례 왔어도 짜인 일정 문에 시간에 쫓기어 한 번도 마라도를 가보질 못했다.


"엄마 꼭 가야 해요? 날씨가 수상한데?"

아이들은 겁이 나는지 안 갔으면 하는 마음반 가도 그만이라는 마음인 듯하다.

"그래도 우리가 다 모였는데... 언제 또 가보겠니?

엄마는 다리 성성할 때 꼭 디뎌보고 싶다."


다행히 오늘은 배가 뜬다고 하니 우리는 주섬주섬 행장을 차리고 숙소를 나섰다.

모슬포에서 떠나는 배는 11시 20분

10시 반까지는 도착을 해서 주차하고 승선표도 받고 강아지가 있는 경우는 케이지에 넣어서 배위에서는 절대 꺼내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도 숙지하고 비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안전 사항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듯했다.


"선상에서 강아지 꺼내면 퇴실입니다 ~"

라고 말하는 직원의 말에 대답은 자신 있게 했는데 뒤돌아서면서 웃음이 큭 나왔다.

'달리는 배 위에서 퇴실이라면 바다로 빠지라는 건가?'

 

 직원은 규율을 얘기했을 뿐이고 나는 웃을 뿐이고.

뿐이고 뿐이다.


마라도까지 11킬로, 30분 항해다. 물살을 가르며 마라도에 순식간에 도착했다. 베멀미도 없고 뚱딩이도 순조롭게 품에 안겨왔다.



마라도 땅에 내리자마자 거센 바람을 맞았다. 아무리 섬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거센 바람은 처음이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모자는 날아가고 롱치맛자락은 휘감아 돌고 머리는 하늘로 솟았다. 빗방울마저 간간히 떨어지니 날씨마저 춥다.






더구나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돌아가는 배를 타러 선착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빼면 1시간 30분

마라도 하면 최남단 섬이기도 하지만 마라도 짜장을 먹어줘야 한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섬, 울릉도와 독도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우선 마라도를 가로질러 자장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시간도 되고 해서 우리는 톳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놓고 방풍마라도 막걸리를 한병 추가했다.

자장맛은 특이한 건 없었고 톳이 올려져 있다는 것 잎사귀하나도 곁들였는데 아마도 방풍나물인 것 같다.


후다닥 맛만 보고  강쥐를 안고 나섰다.

이 섬을 차근차근 돌아보려면 2.3시간은 나에겐 필요한데 시간이 촉박하다.  더구나 기상악화로 2시에 떠나려고 했던 우리를 태워온 배가 1시에 모두 나간다는 문자가 왔다.

30분 남았다.


어쩌란 말이냐.

나는 바람을 거스르며 등대 쪽을 향해 걸었다.

등대 쪽으로 가다가 빗방울을 만나서 가던 길을 멈춰야 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멈출 수는 없다.."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우리는 성당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름다운 작은 성당이 있다.



다시 와야 하려나보다



이 섬은 아름다운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장도 먹고  곳곳을 다 보려는데 시간이 너무 짧다.

날 좋은 날 다시 와야 한다. 아쉽다.

내려오니 비바람에 지친 아이들이 한쪽 구석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다. 나만 신났다.


"엄마 뱃시간 다됐어요 이제 출발한대.."

"뭐 오자마자  간다는 거야?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빠비용 절벽도 가보고 싶었는데...."

속상한 맘에 넋두리를 한바탕 쏟아냈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

푸른 잔디밭 끝에 걸쳐 바다를 향하고 있는 마라도와의 첫 대면을 이렇게 하다니

가보고 싶었던 우리나라의 희망봉 등대.

남쪽해안을 다니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대를 다 오르지도 못하고 가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라도 날씨는 맨날 이런가?"

혼자 궁시렁거리며  미친 x 널뛰듯 날아다녔다.



기상악화로 1시간이나 단축된 일정에 발만 디디고 팸플릿을 부족한 정보를 읽으며 제주로 향했다.


등대가 위치한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국토 최남단비, 애기업개할망당, 장군바위, 해안침식 동굴, 산방산 등 볼거리 많다.
마라도에 들러가려면 운진항 여객터미널이나 송학산의 [마라도 가는 여객선]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해안선의 길이가 4.2km, 동서길이는 500m, 면적이 10만 평 남짓이라 한다


마라도에 대한 해설을 읽다 보니 구석구석 탐험을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새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마라도. 

날씨마저 심란했고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함께 한 가족여행이어서 내겐 소중한 시간이다.

비바람에 거세게 대항하고 있는 섬의 안녕을 바라며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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