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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May 17. 2024

혼저옵서예(살이 3)

EP.3 씨쓰리 할머니



제주에 비가 1000mm가 넘게 와서 한라산이 온전히 비를 흠뻑 는 날이다.

강풍에 항공기가  결항이 되고 제주공항이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제주뉴스에 나온다.

"오늘은 안 나가는 게 좋겠지? 제주는 제주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섬이라 삼다도라 했나 봐."

딸아이가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하루를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숙소 근처 탄산온천이라도 가자하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시골로 가려고 짐정리다 제주살이 준비다 이일저일로 한동안 대중탕을 가지 않은 것 같다.

"엄마가 샴푸샘플 챙겼으니 네 건 알아서 챙겨~"

젊은 애들은 챙길 게 많이 있어 보였다.


강풍의 영향인지 액셀을 밟아도 8분 거리의 온천이지만 차가 잘 나가질 않았다. 비를 뚫고 그래도 오길 잘했다. 널찍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39도의 물에 푹 몸을 담갔다. 실제 온천물의 온도는 냉탕온도와 온탕온도의 중간쯤 약간 차다 느낌이다.

물에서 쇠냄새가 난다.

 쇠파이프냄새가 나서 싫다"며 아이는 안 맞는 다한다

" 철분이 많아서 그렇대.."

좀 담갔더니

그동안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이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싶었다. 지나온 1년이 10년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울의 목욕탕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거의 70 이상 된 어르신들이 많았다.

"이분들은 여기 도민인가 봐. 여기 와서 매일 사시나 보네!"

귤, 무, 감자, 마늘, 당근제주 특산물 이런 거 키우고 사시나 아니면 물질을 하시는 해녀들도 있을까 아니면 자식들 공부시키고 이제 임대료 받아가며 노년을 편히 지내시는 걸지도 모르지.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따뜻한 물이 좋은 걸 보면... 헉  나도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잖아.'



때를 밀 겸 물밖로 나갔는데 목욕가방에 샴푸인 줄 알았던 샘플이 트리트먼트인 걸 그제야 알게 되고

딸아이와 나는

"머리 못 감겠네 비누로 감아야 하나? 집에 가서 감자" 하며 둘러보았다.


뒤쪽에 70 정도 된 어르신이 혼자 비누질을 하고 계셔서 다가가서

"저~~ 샴푸를 안 가져와서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샴푸? ~~"하면서 샴푸 통을 건네주시기도 하는데 잠시 머뭇거리신다.

"손바닥 대봐 짜줄게."

하시며 한번 꾹 눌러주신다.

 ', 이걸로 둘이 감길라나-' 하고 손바닥에서 흐를까 봐 오므리고 내 자리로 왔다.


그래도 한번 짜주시니 얼마나 다행인가? 딸아이라도 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거 씨쓰리야 한 번만 도 거품이 잘나! 비싼 거야."

하고 하시길래 "아 네 씨스리요? 감사합니다."

새로 나온 기능성 샴푸인가 보다고 하며 딸아이머리에 비벼 주려고 하는데 아이가 아직 머리에 물을 묻히지 않은 걸보고

"머리에 물 묻혀! 비벼줄게 난 비누로 감으면 되고."



뒤에서 소릴 들으셨는지 "어? 두 명이 쓸 거야? 그러면 한번 더 짜줄게 "

라고 하시기에 손바닥에 오므려 받은 샴푸를 내 머리에 비볐다. 아닌 게 아니라 거품이 잘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씨쓰리라 내가 잘 안 빌려주는데 프랑스제여.... 외지사람 같아서 빌려주는 거야 씨스리 알지?"


아무리 생각해도 씨쓰리는 경찰차를 씨스리라고 한다는 건 아는데 화장품이나 샴푸이름은 도무지 모르겠다.

"아 네 좋은 건가 보네요 씨쓰리 씨쓰리..?"

어르신은 씨스리 씨쓰리를 강조하신다.


딸아이에게 "씨쓰리 들어봤어? 난 모르겠네. 좋은 건가 봐.."


그리곤 딸애의 머리에 물을 묻히자 손수 씨쓰리를 서 비벼주시고 가시는 어르신께 감사하다고 두어 번 인사를 드렸고

딸아이는 "엄마, 식혜라도 사다 드려야 하는 거 아녀요?" 한다.


"먹는 거는 드리기가 좀 그렇지~" 


"아~~ Sisley?"

갑자기 머리에 스치는

시슬리?

우리가 알고 있는 화장품브랜드.

입으로 씨스리씨스리 하다 보니 시슬리가 맞네.

웃음이 터져 나왔다.

"Sisley에서 샴푸도 나오나 보네."

딸아이가 머리를 헹구며 말한다.

"그런가 보다  어르신이 비싼 거라 아껴 쓰는 건데 우리가 빌려달라 했네 "



돌아오는 길에 시슬리시슬리 입으로 몇 번 옹알거리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집에 와서 Sisley샴푸가 있는지 몇 만 원 정도 하는지 검색을 한순간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500ml가 20만 원이 넘었다.

"아이고, 어르신이 손이 벌벌 떨며 병아리 눈물만큼 짜 준 이유가 있었네."

살다 살다 이렇게 비싼 샴푸는 첨 보았구먼요.

제주도 할머니 비싼거 쓰시네요!!




Sisley할머니! 

아끼는 샴푸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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