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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May 10. 2024

혼자옵서예(살이 2)

EP.2 채식을 하려고만이 아니고요~


막내딸이 비건이 되었다

딸과의 여행 중에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고심 끝에 찾다가 없으면 장을 봐서 숙소로 향한다. 검색은 딸의 몫.

여행의 시작은 앞치마, 고무장갑에서의 해방인데 다시 부엌행이다.


비건식을 하는 사람과 비건은 다르다.


채식주의자는 'VEGAN'이라 하고 완전한 채식주의를 말하고 의식주에 있어서 가죽이나 모피 등 동물을 이용한 모든 제품을 거부하는 것이다. 비건식단은(plant-based) 채소 위주의 식단뿐 아니라 육류를 절대 먹지 않는 식단이다.


 오늘은 아이와  아침 9시에 여는 산방산 사계리 '빵사계'에 들렸다. 하루에 한 끼는 빵과 디저트로 해결하기로 한다. 여긴 금토에만 열리는 비건베이커리이다. 제주에서 살이를 하다 보니 일주일 내내여는 식당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거의 요일과 시간을 정해놓고 일주일에 2.3일 정도만 오픈한다. 가기 전에 꼭 체크를 하고 가야 한다. 쑥치아바타, 쌀식빵과 비건슬라이스햄사과샌드위치, 통밀비스코티, 토마토올리브 포카시아, 도토리모양인 DOTORI빵이 인기라서 몇 개 골랐다. 대체로 이름도 발음하기도 어렵다.


사실 비건인 딸아이와 함께 살면서 딸 둘이 너무 달라서  식단 구상에 머리가 필요하다. 큰아이는 비건이 아니므로 단백질이 곁들인 식단을 선호하고 막내는 식물성 단백질 위주이니 종류도 그만큼 다양하게 시장바구니가 채워진다. 김치 하나를 담아도 젓갈 안 넣은 거 넣은 거 구별해야 한다. 부침개를 할 때도 계란은 식물성으로 대체제로 주문해야 하고 버터도 마찬가지다.

 

숙지해야 할 게 많았다. 1년에 함께 하는 시간이 통틀어 한두 달 정도이니 그 정도는 아이에게 맞춰가는 게 맞다. 나도 덩달아 채식을 하며 조금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길 내심 바라기도 한다.

"아이고 내 팔자야"

혼자 웃어본다.


딸아이를 따라 비건식당 산토샤에 들렀다.

여기 사장님 윤슬은 4년 전에 여행 왔다가 제주가 좋아

서  비건식당을 내고 눌러앉으셨다고 하신다. 메뉴가  정갈하다.

SANTOSHA 비건메뉴


기다리는 뚱딩이


아이와 식당 벽에 걸려있는 액자 문구를 보며 비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비건은 어떻게 시작한 거야? 얼마나 됐지?"

"5월 9일이면 5년 된다 엄마."

"와우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5년이나 되었구나 축하한다. 애썼다."

비건을 고집하는 아이에게 '애썼다 ' 란 말로 축하를 한다.


얼마 전에 온 가족이 제주 왔을 때만 해도 같이 갈치조림 방어회 산 낙지 흑돼지 먹으러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시간이 참 빠르구나를 느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비건을 하는 이유가 뭐야? 채식해서 건강하려고?"

"건강은 덤이고 동물보호차원으로 시작했지. 동물들을 키우면서 축사를 짓고 또 그 오염도 환경문제에 큰 해를 입히니까.. 이해 안 되는 것은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하면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있지 아무 생각 없이.."


그러니까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전에 티브이에서 본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공장식 축산업의 잔인함,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밀집사육으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 동물학대와 구타는 인도적 도살이란 말에 모순으로 보였다.


감자크로켓을 잘라 베어 먹으며 다시 물었다.

"엄마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내가 혼자 고기를 안 먹는다 해서 지구 환경이 좋아지거나 소가 한 마리가 덜 죽거나 양계장의 닭 한 마리가 적게 죽거나 그런 거 아닐 것 같아서.."

"엄마 한 사람부터 줄이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또 있음 줄여지고 점점 여럿이 되겠지 그럼 소비가 줄어서 소를  한 마리라도 적게 죽일 거고 비건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렇게 수요도 적어지면 공급도 적어지겠지.."

"아,, 그런가? 용기부족이라 아직 고기를 딱 끊을 수가 없으니.."

"딱 끊으란게 아니라 엄마 건강과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줄여가면 좋겠단 이 말이지.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동물을 사랑한다 하면서 고기를 즐기는 생활은 모순인거 같아서.."

비건 강의로 식사를 마쳤다.


나도 비건 할 수 있을까?


저녁에 모슬포 중앙시장에 들러 생고사리와 톳과 미역을 한 바가지를 사서 저녁에 막내를 위해 반찬을 만들었다.

산지에서 산거라 싱싱해서 좋았고 건강해지는 맛이라 뿌듯했다.


비건  막내딸아

너의 용기와 비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응원한다.

엄마도 조금씩 육류를 줄여볼게. 환경과 동물을 사랑하

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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