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직장생활의 목표를 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직장생활의 여러 변수에 부딪히며 처음 목표는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오히려 수정되는 게 자연스럽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현실, 다른 수많은 정보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상황과 현실 변화에 따라 목표도 자연스럽게 수정되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직업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는 때가 오면 목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때는 오히려 목표를 변화하지 않는 게 독이 되기도 한다. 내 경우에 그러했다. 계속 용의 꼬리라도 잡으려는 시도는 사십 대 초반까지 계속됐는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간 후에도 나는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고, 현실의 종용에 질질 끌려다녀 생업을 생존업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험 후에 자신의 직장생활 목표를 명확히 하는 두 사람을 보았는데 한 명은 앞서 소개했던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는데 그와 나를 포함한 대학교 선후배들은 퇴근 후 종종 술자리를 하곤 했다. 이 때는 각자의 직장생활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누었는데, 어느 날 직장생활 이후의 목표나 꿈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내 꿈은 지금 이 회사를 가능한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다니는 거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나는 퇴사 후 자영업을 할 주제가 못 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그냥 이 직장에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야.
차근차근 하나씩.
-그게 니 맘대로 되니?
-물론 내 맘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목표를 그렇게 잡았다는 거야.
그렇다. 목표를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돌아보면 목표는 성취 여부에 크게 매달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일단 잡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잡는다는 것은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잡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를 향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다. 목표를 잡은 사람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나 역시 그러했다. 오늘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고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그저 그런 티비나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저녁, 다음 날 출근 퇴근, 허비하는 시간의 연속을 지나니 인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에겐 그것이 없었다. 목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목표는 무척 게을러 변화하지 않는 것이어서 오랜 시간 시궁창처럼 고여가고 있었다. 고인 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이라는 걸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