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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린 Jul 07. 2022

조직 '잘알못'에서 '잘알' 되기

업무 역량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스템과 툴을 잘 다루는 스킬,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 프로젝트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 등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 동료, 사업의 적기 등을 필요로 한다. 이런 업무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갖춘 직원이라고 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나는 직장인으로서 업무 역량을 키우면, 어디에서라도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그 조직이 움직이는 시스템에 나를 맞추는 것이었다. 원하는 대로 나를 바꿀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건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맞지 않는 동료와 회사의 시스템에도 나를 맞추려고 하면, 그때는 정말 나를 '갈아넣는' 작업으로 느껴졌다. 나는 애초에 나와 잘 맞는 조직을 선택하는 편이 백배는 낫다고 느꼈다. 정말로 일을 잘 하고 싶은 직장인이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사실은 내 능력을 온전히 쏟아부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선택하는 일이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타부서의 팀장 Y와 외부업체로부터 온 업무 제휴 건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홍보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기회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외부업체의 담당자들과 업무와 관련된 의견을 주고 받다 보면, 내가 담당이 아닌 사업과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괜찮은 제안을 받기도 했다. 나는 내가 담당하는 사업이 아니더라도, 결국 전사적인 차원에서는 회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일이 정말로 도움이 될만한 일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Y를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Y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팀장님은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는 계시나요? 그런 것쯤은 먼저 확인해 보고 이야기 하시죠?"


나는 말문이 막히는 이런 대화를 통해서 Y라는 사람이 얼마나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안에 얼마나 꽉 막힌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Y의 팀원이 Y를 좋게 보는 나에게 우울한 얼굴로 사실 자기는 사내의 높은 평가에 비해, 힘든 사람이라며 Y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사전에 계획했던 일이 아니더라도,  일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상황이 달라질 경우에는  일을 진행할  다시 검토해볼  있다. 물론 효율성만 따진다고 하면,  해의 업무 평가 기준으로는 자신의 성과로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서  5분의 시간을 쏟는 것도 아까울  있겠지만 말이다.


같은 회사의 운영팀 직원이었던 K는 이미 여러 번 내 마음에 스크래치를 냈다. K와의 대화는 마치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 간의 대화 같았다. 나는 K를 알고난 뒤로부터 '벽을 보고 하는 대화'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실감했다. 자신의 일을 위해서 상대방과의 소통 일체를 거부한 K의 행동은 상대방을 향한 폭력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그 회사의 조직문화는 왜 그랬을까?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회사의 주요 회의 안건은 항상 '조직문화의 개선 방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각 부서 별로 팀장들을 모아놓고,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토의하라고 했다. 하지만, 우스운 것은 그런 자리에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혹시라도 본심을 숨기지 않고 의견을 내놓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조직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일터의 사람들로 인해 힘들었던 그 때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그저 그냥 저 사람은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내 마음에 상처까지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의 나는 그저 '그 조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니까.


누군가가 조직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을 때, 조직에 나보다 먼저 있던 사람들이 뒤에서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 조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알려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새로운 팀원을 받게 되는 경우엔, 가능하다면 미리 준비해서 회사나 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잘 전달해 주기 위해서 애쓴다. 누군가는 그게 새로운 사람이 적응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나에게 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적응하고,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물어보게 하는 방식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설명하고, 또 설명해서 상대방도 내가 아는 만큼의 정보량에 가깝도록 핵심을 잘 전달해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건 얼마나 빠르게 조직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지가 그 사람의 업무 성과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조직에 속해 있던 사람으로써 함께 일할 동료에게 그 정도의 나눔은 당연히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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