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유형 : 완벽을 추구하는 아이
(미카엘 에스코피에 저, 마티외 모데 그림, 길벗스쿨, 2017)
아이를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마트 쇼핑센터에는 천재, 음악 특기생, 특가 세일 쌍둥이 등 다양한 특징의 아이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뒤프레 부부는 ‘완벽한 아이’인 바티스트를 가족으로 맞이 합니다.
가족이 된 기념으로 "솜사탕 하나 사줄까?" 물어보는 엄마에게 단 음식은 이에 좋지 않다고 지적하는 아이. 깔끔한 셔츠에 단정한 바지를 입고, 어떤 음식이든 불평하지 않고 깨끗하게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놀고 언제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이.
완벽을 추구하는 1번 유형의 아이입니다. 동네 사람을 만나면 예의 바르게 인사하지요. 정말 그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는 감정표현이라기보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하는 인사입니다. <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척 잘 지키는 아이입니다.
학교에서도 모범생입니다. 모든 과목을 열심히 하고, 수업태도 마저 훌륭해서, 선생님께 늘 칭찬받는 아이입니다. 숙제나 수행평가도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알아서 잘 해가는 아이라서 엄마가 별로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죠. 그래서 1번 유형 아이를 키우시는 엄마들은 학교 상담 가면 많이 놀란답니다. 집에서는 참 키우기가 쉽지 않은 아이인데, 학교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아이가 참 훌륭하다고, 모범생이라고 칭찬일색이거든요.
이렇게 아무 문제없이 평온하던 뒤프레 부부에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항상 착하다고 생각했던 완벽한 1번 유형 아이인 바티스트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생깁니다. 축제 날인 줄 착각한 엄마가 아이에게 꿀벌 옷을 입히고 더듬이 머리띠를 하고 학교에 가게 한 거죠. 그러나 그날은 축제 날이 아니라 단체 사진을 찍는 날!
친구들의 놀림을 무척 견디기 어려워하는 유형이 바로 1번 유형의 아이들입니다. 늘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긴장하면서 살아왔는데,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손가락질받으며 비웃는 친구들을 견딘다는 것은 정말이지 1번 아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지요.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머리띠를 던지며 화를 냅니다.
1번 유형 아이가 학교에서 하교 후 집에 와서 갑자기 화를 내거나, 평소에 하지 않던 지적질을 한다면 그건 학교에서 무척 힘든 일이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거나, 친구들이 놀렸거나,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거나, 아이 입장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죠. 이럴 때 화를 내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욱 화가 심해지게 만들 뿐입니다. 가만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7초 동안 안아주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너는 엄마의 소중한 보물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그리고 차근차근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그림책 속의 엄마는 1번 유형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가 갑자기 왜 화를 내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죠. 저도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기 전에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낼 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도대체 내가 양육을 어떻게 잘못했길래 저러는 걸까? 누구를 닮은 걸까? 시댁 유전자를 닮을 걸 거야. 그저 아이의 분노 속에서 도망가고 싶다. 그런 생각들 뿐이었던 같아요. 그러나 에니어그램을 계속 공부하다 보니 1번 유형 아이들이 화를 낼 때는 그 이유가 분명하게 있더라고요. 다만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우선 분노가 먼저 표출되는 것뿐이랍니다. 우선은 분노가 다 표출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고, 그 후에 차근차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물어보면서 상황을 다시 객관적으로 돌아보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림책 속의 뒤프레 부부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쏟아지는 장대비 속을 운전해서 아이마트 고객센터로 갑니다. 마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서 바로 심리상담소를 찾아가서 우리 아이 상담해주세요, 아이가 이상해요, 고쳐주세요, 하는 요즘 주변의 부모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죠.
아이마트 고객센터에 도착한 1번 유형의 아이인 바티스트는 이야기합니다.
“혹시 저한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주실 수 있나요?”
1번 유형의 아이들은 스스로 늘 완벽하고자 노력하듯이 부모도 완벽하기를 요구합니다. 부모뿐 아니라 선생님도 선생님답게 완벽하기를 기대합니다. 친구들에게도 학생으로서 수업시간에 떠들지 말고 과제도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쩌면 1번 유형의 아이에게는 늘 완벽하고자 하는 1번 유형의 엄마가 서로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인 바티스트는 완벽한 부모를 원하고 있네요. 그러나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답니다.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가 없죠. 누구나 실수를 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부족한 부분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이 있는 우리 모두, 그 부족한 자체로 충분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