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유형: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
규칙이 있는 집(맥 바넷 저, 주니어 RHK,2017)
규칙은 꼭 지키는 남자아이, 이안이 주인공입니다. 이안은 늘 규칙을 지키죠. 요즘에는 ‘칫솔을 챙기는’ 규칙을 지키고 있답니다. 이안에게는 규칙을 잘 안 지키는 누나가 있죠. 이들이 아빠와 함께 통나무집으로 여행을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우리 집, 1번 유형 아들이 참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이동하는 차 안을 보면 주인공 이안은 안전벨트를 하고 등을 곧게 편 자세로 책을 들고 있답니다. 반면 누나는 너무나 자유롭죠. 그리고 과자를 집는 척하면서 동생을 꼬집고 있어요. 그러자 이안은 바로 소리칩니다. “누나가 꼬집어요” 누구든지 규칙을 어기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는 1번 아이들은 누군가 규칙을 어기면 바로 소리칩니다. 그 대상이 동생이 아니라,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누나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어른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단호한 표정으로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합니다.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죠. 이런 특성은 학교생활을 할 때 매우 칭찬받는 요소가 됩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참 좋아하는 유형이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바른 자세로 수업에 참가하고, 게다가 다른 친구들도 교실 내의 규칙을 잘 지키도록 요구하니까요. 선생님 대신 잔소리를 해주는 '꼬마 교사' 역할을 하는 아이들입니다.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가 볼까요? 하이킹을 중인 장면입니다. 우리의 1번 유형 아이는 지도를 열심히 보고 있죠. 누나와 아빠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아도 주인공 이안은 지도를 꼼꼼하게 살피고 지도에 표시된 길로만 이동합니다. 절대 가야 하는 길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죠.
수영을 하러 가서도 이미 아빠와 누나는 물속에서 놀고 있는데, 1번 유형 아이인 이안은 혼자서 시계를 보면서 ‘음식을 먹은 뒤 1시간 후 수영’이라는 규칙을 지키는 중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이미 아빠와 누나에게 1시간 후에 수영해야 한다고 엄청 잔소리를 했을 것 같습니다.
나무에 올라가는 그림에서도 누나는 높은 가지에 올라가 있죠. 누나를 따라 올라갈 법도 한데, 자신의 키 보다 더 높은 가지에 올라가지 않는 규칙을 지키고 있어요. 규칙은 꼭 지켜야 하는 1번 유형입니다.
자 이제 이야기의 중심 장소인 통나무 집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통나무 집에는 4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라고 말하는 주인공 이안의 모습을 보세요. 한쪽 손은 집게손가락을 들고 있죠. 그리고 다른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습니다. 얼굴 표정 보세요. 어린 동생이 누나에게 말하는데 저토록 단호하고 엄격한 모습입니다. 1번 유형 아이들은 말할 때 저런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이안의 누나인 제시는 그저 팔짱을 끼고 뚱하니 규칙을 지키라는 동생의 말을 듣더니, 늘 그랬듯이 규칙을 모두 어기기 시작하죠. 그리고 이안은 그런 누나를 따라다니면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합니다.
“누나! 누나는 지금 규칙을 어기고 있어.”
“규칙은 원래 지켜야 하는 거라고!”
상대방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무시할 수도 있을 텐데, 1번 유형 아이들은 그게 안 됩니다. 규칙을 지킬 때까지 계속 말합니다. “규칙을 어기면 안 돼. 규칙을 지켜.” 그림책 속 이안도 누나에게 계속 말하죠. 그러나 누나는 그렇게 규칙을 모두 지키는 동생에게 “잘 들어, 답답아”라고 말하며, 결국 4가지 규칙을 모두 어깁니다.
이처럼 규칙을 너무나 잘 지키는 1번 유형의 아이들이, 주변 사람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요. 이 부분이 1번 유형 아이를 양육하면서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아요. “너의 그 올바른 모습이 훌륭한 거는 맞는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계속 강요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답답하게 할 수 있단다.”라는 설명을 이 유형의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림책 속에 우리 주인공 이안은 규칙을 어겨서 괴물들의 먹잇감이 된 누나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규칙을 어기는 거죠. 그리고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입니다.
여전히 누나는 동생을 꼬집어요. 꼬집으면 안 된다는 규칙을 또 어기는 거죠. 그러나 더 이상, 이안은 아프지 않았어요. 왜 아프지 않을까? 이안이 강해져서? 아니면 누나가 이제는 아프지 않게 꼬집어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이제 누나가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그 사실이 더 이상 이안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요.
1번 유형의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그러나 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꾹 참죠. 그리고 규칙을 지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정작 그렇게 하는 동안 속으로 화를 참고 있으니, 그 자체가 사실은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거 일수도 있어요.
1번 유형의 아이와 함께 한다면, <규칙이 있는 집>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규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눠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아이도 스스로 규칙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고,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하여도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