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3일. 토요일
아빠가 대동맥류 수술을 하셨다
한국계 미국인 의사의 일정에 맞춰 토요일로 수술 날짜가 잡혔다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분*서울대병원 전문의 말로는...
그분이 수술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서울대 학생들이 학회 때 볼 수
있도록 비디오 촬영에 동의해 줄 수 있냐고 했다
우리에게는 로또 당첨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동의했다.
지금은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한다.
그 순간을.
비디오 촬영을 위해
더 자세한 촬영을 위해
신경을 지배하는 혈관에 혈액공급이 늦어진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들은 끝내 기기상의 문제로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명 거짓말이다. 하지만 증명은 우리의 몫이기에 확인할 순 없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아빠는 8시간 30분의 긴 수술 후 응급중환자실로 옮겨졌고
3~4일 지켜보면 된다던 말과 달리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계셨고 그날 이후로
돌아가시는 날까지 중증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셨다. 단 1초도 땅을 밟을 수 없는.
담당 교수님의 말로는 본인이 대동맥류 수술을 20년 넘게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아빠는 자가 호흡도 힘드셨고 간간히 의식이 돌아올 때면 다리가 아프다고 우셨다. 하지만 우리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한 가닥 희망을 잘라버릴까 봐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 밖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분명 그들의 잘못 같은데 왜 우리가 죄인이 된 것 마냥 두 손 비비며 머리 조아리며 눈물 흘리며 애걸했을까?
수술이 왜 이렇게 됐냐고 이렇게 된다는 설명조차 없지 않았냐고 무슨 조치를 어떻게 할 거냐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엄마는 남편과의 삶을
자식들은 아빠와의 삶을
아빠는 삶 그 자체를
살아있는 동안 누릴 평범한 많은 것들을
모두 잃어버렸는데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