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다. 이번 주 주말은 바뀐 것은 없지만 침대에 있는 동안 많은 책들을 읽었다. 세상에는 참 귀찮은 일들이 많지만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은 거의 나에게 좋은 일들이다. 방바닥을 쓱쓱 쓸고 한 손엔 책, 한 손엔 청소기를 밀며 20분이나 청소했다. 그것도 친구가 그만 청소하라고 해서 겨우 알아차렸다. 가라앉은 삶을 들어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비도 오고 눈도 오는 무거운 날씨 속에서 나를 들어 올리기는 참 쉽지 않지만 침대 밖으로 나와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 책을 주워 들어 한 글자 읽어가는 것, 청소기를 잡고 청소를 하는 것, 이 작은 일들이 나를 일으키는 것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말에는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몇 년 전에 정독을 한 책이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술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성격상 자기 개발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열자마자 놀랐다. “ 세상에서 자기 계발서와 가장 거리가 먼 남자”라는 챕터가 가장 처음으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쯤이었을까 “내 책임이 내 잘못”.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몇 시간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책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가는 중이었다. 나는 “책임”이라는 것은 항상 나의 잘못이 아닌 다른 외부에 인해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들이 다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나의 책임이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 마저도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책임이었던 것이다. 정작 그것이 외부에서 온 감정과 일들마저도 내가 받아들이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책임들이었다. 침대에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생각해보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누워서 무기력하게 있는 나 자신도 나이고 내가 만들어낸 행동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가만히 앉아 적어내려 갔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내가 책임져가고 싶은 나의 책임들은 무엇인지. 꽤나 괜찮은 토요일이었다.
두 번째는 “가치관”
두번째는 나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다룰 것인지 였다. “가치”라고 하면 광범위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부터 시작해 나의 존재를 어떤 가치로 바라볼 것이고 대할 것인지 생각하며 조금씩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고 어떤 사람인가” 의 의문점은 항상 품고 가야 할 것들이고 언제 생각해도 참 어렵고 무서운 질문이다. 무엇에 초첨을 두고 살아갈 것인지, 나의 중심은 무엇인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더 나은 가치들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요한 일은? 중요한 사람들은? 중요한 환경은? 지키고 싶은 나는? 정체성부터 다시 되짚게 만드는 가치관이지만 가치관은 나를 빛나는 사람으로 만든다.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무엇이든 실행에 옮기는 대범함, 나를 맹신하지 않고 항상 다른 이들의 말에, 행동에 그리고 나의 존재와 생각에 항상 의문점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지혜, 틀리고 실패하는 것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실패들로 무너진 나를 다시 들어 올리고 실패를 감수하는 마음, “아니, 싫어” 와 같이 나를 위해 거절할 수 있는 영리함, 그리고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마음들이 나를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가치관들의 성립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태어나고 자라온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작은 가치관들이 모여 하나의 사람, 인격을 이루기에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이 많고,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손에 꼭 쥐어 세어나가지 않게 붙잡고 있는 것도 언젠가는 다 흘러버리고 살아갈 날이 오겠다. 나의 가치관 성립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위해 오늘 하루도 나를 위해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
날씨는 변덕스럽게 따듯했다 추웠다. 마음처럼 날씨도 따라주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것은 다 나의 책임이고 내 마음이니, 다들 따듯해야해.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