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에 내가 스며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듯이 모든 사람도 그러하다. 이 온 세상에서 삶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야기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일이기도 하다. 특히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부모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부모는 평생을 이해해도 끝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엄마, 아빠도 누군가의 배에 열 달을 머물며 누군가에게는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였기도 하다. 부모의 성장과정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나의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그들도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린 절대 부모의 인생을 알 수 없다. 그들이 느꼈던 모든 감정들, 그들의 인생에 담겨있는 모든 일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들도 예전에는 나와 같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들도 내가 겪어온 것들을 알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느꼈다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뒤바꾼다. 나의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한 경험들과 과정들을 겪었고 그렇기에 과거는 현재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지금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감정들을, 아빠의 감정들은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중학생 때 잊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물론 우리 이모, 삼촌도 같이. 그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따듯한 사랑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 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었기에 정신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제사 때 울지도 않는 그들을 보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울었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한눈에 보이니까 마음 한 구석이 아프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했었다. 사람들은 항상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직전에 후회를 한다. 더 표현할걸, 더 사랑할걸, 더 예뻐할걸, 더 안아줄걸. 항상 후회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우린 더욱더 알 수 없다. 4년 동안 부모와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처럼 그 두 사람을 포함한 다른 이들이 이렇게까지 보고 싶고 그리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말은 즉 그들을 보면 와락 안아주고 싶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이유 없이 사랑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손 내밀고 안아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소중한 사람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가족이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싸움이 없는 집은 없다. 의견 충돌이 없는 가족은 없다. 하지만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다. 들어본 이야기로는 아빠는 예정에 없던 아기였다고 한다. 친할머니는 아빠를 밴 사실조차 모르셨고 그렇게 막내로 태어난 아빠는 가족들의 문제와 충분하지 못했던 사랑으로 자라 세상에서 가장 무뚝뚝한 사람이지만 마음만큼은 가장 따듯하고 넓은 사람이다. 우리 아빠의 사랑은 나의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버팀목이 되었다. 어렸던 나는 아빠의 사랑을 알지 못했지만 지금에서야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엄마랑 통화를 할 때면 옆에서 빼꼼 손 흔들어 주는 것, 잘 지내고 있지?라고 물어봐주는 아빠의 말에는 수많은 감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가끔씩 카톡으로 오는 장문의 편지는 나의 하루, 한 달, 그리고 나의 인생을 살아가게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꼭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런 사랑을 해야겠다.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