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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작은 마음 Jun 14. 2022

걱정 없는 삶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왔다 걱정의 시간들이.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다 가짜 같다. 모든 감정에, 내 삶에 온도와 의미가 없는 거 같다. 눈물이 나는지도 모르겠고 건조하고 메마르다. 목이 마르지만 물이 없는 것에 익숙해져 건조한 침을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시작점이 어디었는지도 모른 채 자책과 후회만 늘어가고 힘도 의욕도 하나도 없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이 걱정들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무기력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이렇게 우울할 자격이 있는가, 힘들 자격이 있는가. 끝도 없이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해낸다.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힘든 이 순간들에 자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싶지 않지만 힘들고 싶다. 사람이 사는데 무슨 자격이 있냐고 하지만 항상 나는 열심히 사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맞나, 맞지만 왜 성과가 없나, 왜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을까. 삶이 바닥 끝까지 무너진 거 같다.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거 같다. 숨을 쉬어도 편하지 않고 밥을 먹어도 체하고 악기를 꺼내 한음을 그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 왔다.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는데 눈물이 난다. 왜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눈물이 날까, 이렇게 성과가 없는데 울 자격이 있을까? 밖을 나가기도 밥을 먹기도 일어나기도 싫다. 하루 종일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몸이 쑤시듯 아프다. 머리는 또 이렇게 아파본 적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아빠는 엄마는 어떻게 여기까지 살았을까?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사는 걸까. 이메일도, 문자도, sns도 다 닫아버리고 딱 괜찮아질 때까지만 사라지고 싶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며 살았나, 내 꿈이 너무 화려했나, 내가 생각했던 삶은 내가 바라기엔 너무 큰 것들이었나. 옛날에는 힘든 것들이 있으면 무조건 적어 내려갔다. 이래서 힘들었고 이래서 속상했고. 근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물이 하나도 없는 사막 같다. 거기다가 너무 넓고 나를 찾으러 와 줄 사람도 없는 거 같다. 그냥 이대로 사막에서 잠겨 없어져버릴 거 같다. 사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적어 쓰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왜 이렇게 번아웃이 왔을까, 왜 힘들까. 집에 있고 싶으면서도 있고 싶지 않다. 정말 웃겼던 건 아무 감정과 생각이 없는데 울고 있었다는 거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울고 있더라. 그래서 집에 못 있겠다. 언제 눈물이 나올지 몰라 오늘도 간신히 밖으로 나를 대리고 나가서 앉아 운 거 같다. 텅텅 빈 상자 같은 마음에 내가 우는 건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특히 엄마랑 아빠에게. 그래서 오늘도 밖에 나와 울었다. 



글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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