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마음은 다 소중하고 예쁘니까 상처 내지 않고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야 할까? 우리는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지만 누구에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고 살수도, 상처를 주지 않고 살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귀하기에 함부로 상처 내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상처를 홀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미국에 여름 페스티벌에 왔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2달을 버텨야 하는 곳이다. 성격상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않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이리저리 잘 끼지 못한다. 적응을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언제 또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곳에서 같이 살고 한 곳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니. 나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고 이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다 다르다. 사람들에게 많은 고마움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 어떻게 대해야 하지? 의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도 있다. 특히 실내악 페스티벌이기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니 악기를 할 때, 실내악을 할 때 그 사람의 성격과 사람이 다 들여다 보인다. 악기를 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이고, 어떤 마음으로 연주하는지 다 보인다. 그 사람의 연주에서 모든 게 표현되어 실내악을 할 때 한 명 한 명의 다른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그 과정에서 많은 충돌과 즐거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실내악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나의 일상에서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면 시간을 내지 않고 만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그럴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서로 살을 맞대어 살아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 여기 있으며 한 달 동안 나의 마음은 종종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해졌다. 나는 왜 이 사람과 맞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다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 수 있을까? 말했듯이 마음은 숨길수가 없다. 내가 과연 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이지만 어느 한쪽이 대화를 할 마음이 없다면 굳이 나의 마음을 쓰면서까지 그 사람과 잘 지내야 할까? 우선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보듬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느꼈겠구나, 이런 감정이 들었겠구나, 이것 때문에 속상했겠구나”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 하지만 종종 우리는 나의 마음을 챙기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챙길 공간과 시간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터득한 한 가지 방법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조금 부족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라 생각했고 나는 나의 마음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았지만 내가 상처받은 만큼 그 사람도 상처를 받을 테니까, 정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잘 못하는 내가 되었다.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대할 때 또 한 가지 생각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기에 생각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악기를 할 때 보이는 것들과 표현하는 것들이 다 다른 것이다. 소리를 내는 방법 하나부터 만들어내는 프레이징까지 다 우리의 성격과 감정이 보인다. 사람을 보듬는 방법은 내가 이 사람에게 상처를 되도록이면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도 나처럼 나의 마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생각해본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러니 정도 쉽게 주지 말자. 사랑한다면 처음 사랑해보는 것처럼 사랑하고 마음을 열었다면 쉽게 닫지도 말자.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