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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r Pang Jun 28. 2021

(곰팡이 리뷰(나만의 움직임 레시피

움직임 발효시키기

이곳이 바로 간의 위치

워크숍 가이드 이윤정 안무가는 워크숍을 마치고 절 투어를 떠났다. 보름 동안은 핸드폰, 이메일, 카톡, 인스타그램... 전자기기를 통한 연락은 전부 안 된다고 했다. 6월이 막 시작되었고, 숲은 푸르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다. 


보름이 흐른 뒤 안무가는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알렸다. '절하다 죽은 사람 없고, 절 하다 나빠진 사람 없다'는 스님 말씀을 전했다. 나도 지난주에 구례의 선암사에 다녀왔다. 절은 못 하고 왔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절은 몸을 움직여 정신을 가다듬는 행위다. 단순한 동작의 지긋한 반복으로 정신의 집중과 비움을 이루어낸다. 고요하지만 역동적이다. 정신적이지만 육체적이다. PaAp LaB에서의 워크숍 <움직임 발효시키기 : 나만의 움직임 레시피 만들기>가 그랬다. 물 흐르듯 조용하게 때로는 적적한 느린 걸음 같은 호흡으로 몸의 내부를 느끼고 관찰했다. 


가이드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지? 오랜 고민 끝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있어도, 다른 이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지 않고 싶어서 '나를 위한 놀거리'를 찾아보았고 그것이 움직임이 되고, 안무가 되고, 무용이 된 셈이라고. '나만의 움직임 레시피 만들기'라는 소제목은 이렇게 연결된다. 


워크숍은 5일 동안 진행했고, 7명의 참여자가 함께 했다. 교사, 회사원, 시각예술작가 등 보통의 움직임 워크숍의 신청자들과 다소 다른 구성이었다. ‘나만의 움직임'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을 습득한다는 다소 난이도 있어 보이는 소개에도 불구하고, 장장 2주의 주말과 평일 저녁을 비워주었다. 내 몸의 아주 작은 단위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점점 더 큰 단위로, 공간 안에 있는 물체, 물질,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여러 방식을 배운다. 나와 타인의 몸을 통해 함께 경험하는 것이 워크숍의 핵심이다. 다시 혼자로 돌아왔을 때 좀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뽀얗게 예뻐진 발바닥

첫날은 4천 년 전통의 발 마사지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발 다리 허벅지 그리고 목과 어깨 운동을 통해서 자기 몸을 아주 섬세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발 마사지는 워크숍 가이드가 4천 년 전통의 발 마사지를 배운 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유서 깊은 운동법이다. 보통의 마사지 혹은 스트레칭과 다르게 언뜻 보이기에는 너무 약하게 만져서 자극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대신 몸을 이루는 작은 단위들, 장기들, 뼈와 근육, 인대의 이름들과 위치를 하나하나 소개하고 정확한 위치를 이해하게 했다. 

무릎을 감싸고 있는 인대에 온기를 넣어주고 있다

이어지는 날들은 뼈와 장기 공부, 성수동 산책을 통해 발견한 풍경과 자기 몸짓을 재료로 삼아 부수고 비비고 엮는 시간을 보냈다. 내 몸은 타인을 위한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타인의 몸이 내 몸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중간중간 가이드는 공부 중인 'Body mind centering'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부위들을 인지시켜 주었다. 우리가 쉽게 치골이라고 부르는 정확한 위치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 


다섯 번째 날, 그동안의 결과물을 서로 앞에서 발표하고, 템페로 만들어진 요리(가도 가도 샐러드)를 나누어 먹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나'라는 존재는 나와 타인과의 사이에 있다고, 안무가가 마지막 말을 전했다. 이 또한 어느 스님이 해주신 말씀이라고 했다. 너와 내가 같이 있을 때, 내가 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우리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된다. 거리감, 친밀도, 연기, 온도차, 가식, 거리. 우리는 그 '사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칭한다. 인도에 가야만 나의 자아를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나와 그들 사이에 '내'가 있음을 안다면 우리의 숨쉬기는 조금 더 수월했을까. 

















이윤정 안무가

이윤정 안무가는 몸과 몸 사이, 몸과 공간 사이, 몸과 시간 사이 등 다양한 ‘사이'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신체적 갈등 속 여러 사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나와 타인, 개인과 사회, 소수와 다수, 균형과 불균형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11월에 <11월 X 이윤정 춤 이어 추기>를 통해 관객과 함께하는 지속적인 춤추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몸과 사회’라는 주제를 가지고 10년의 계획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PaAp MaT

PaAp LaB에서 기획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발효는 움직임이다’라는 생각 아래, 발효를 매개로 몸과 마음, 사회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MaT는 워크숍, 전시, 예술, 체험, 강연 활동 등으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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