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누 Sep 30. 2021

바다와 같을 순 없을까?

평안한 일상을 기다리며....


아이가 우유를 먹다가 엎지른다. "으이구, 조심 안하고 !! 너 몇 살인데 아직도 흘려 !!". 마음속에 잔뜩 움츠렸던 용수철이 솟구치듯 짜증과 원망의 말들이 쏟아져 나간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에 겁을 먹고 얼굴이 파래진다. 


 나는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왜 이미 엎질러진 우유를 보고 그렇게 질겁하는 것일까? 어차피 벌어진 일, 좀 더 차분하게 반응할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언제나 나의 반응은 반복된다. 본능적인 것일까? 그냥 천성인가? 눈앞에 나를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마음은 한치의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고 반응한다. 회사에서 해야할 일이 생겼을 때도 조급함은 드러난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늘 마음을 누르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사람을 다그치기도 한다. 


 같은 자극에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가 컵을 깨뜨려도 차분한 말투로 아이의 안위를 먼저 확인한다. 나는 왜 그렇게 반응하지 못할까? 하루 하루의 삶속에서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나를 자극한다. 그런 자극들에 일일이 반응하면 나의 영혼은 늘 불안하고 지친 상태가 된다. 평안이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늘 어떤 자극이 나를 충동하여도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궁극적인 행복한 삶의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독서를 해본다. 마음이 평한할 때는 문장 하나 하나가 마음 속에 들어와 새겨진다. 어떤 자극에 충동되어 마음이 붕 떠서 여기 저기 헤메일 때는 어떤 글귀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책을 손에서 놓아 버리고 만다. 조용한 아침 가만히 앉아 마음을 집중해 보기도 한다. 어떤 소리가 들려도 움직이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숨소리에 집중하며 마음을 이완한다. 꽤나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그리고 삶을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마주한 문제(자극)가 내 삶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조금은 내려놓게 된다. 


 복잡하고 자극적인 세상에 살면서 일일히 자극에 반응하지 않거나, 적당한 속도로 반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상태에 이른 사람을 인격이 높다고하며 존경한다. 다만 태어날 때부터 낙천적인 사람도 있고, 늘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늘 조바심 내고, 더 빨리, 더 많이 무엇인가를 이루기해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천천히, 좀 더 여유있게, 평안하게 하루를 살고 싶다. 내 주변이 그렇지 않더라도 내 마음은 그렇게 살고 싶다. 수 많은 강줄기가 흘러들어가고, 배들이 쉴새없이 다니고,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도 바다는 스스로 잔잔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남은 삶을 살고 싶다. 언제나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